한반도가 26일부터 강풍을 동반한 8호 태풍 ‘바비(BAVI)’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태풍은 서해안을 관통하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한 바람을 동반한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주도와 전라도, 지리산 일부 지역에는 최대 300㎜의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26일엔 서해안과 남해안 지역이, 27일에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태풍의 영향을 받겠다고 기상청이 25일 예보했다.
태풍 바비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서귀포 남서쪽 해상에서 시속 12㎞의 속도로 북상 중이다. 중심기압은 955hPa로 ‘매우 강한’ 태풍이며, 최대순간풍속도 이미 초속 40m로 발달했다.
26일 오후 제주도 서쪽 해상으로 진출할 바비는 27일 새벽 북한 황해도 부근 연안에 상륙할 때까지 서해안을 따라 북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태풍은 서해를 따라 올라와 전국 대부분이 태풍의 위험반원(우측 위험지역)에 위치하게 된다.
강풍반경이 420㎞ 안팎에 이르기 때문에 제주도와 서쪽 지역에는 매우 강한 바람이 예상된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구체적으로 서해안은 26~27일에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40~60m에 이르는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고, 서울·경기·충청·전라 지역과 경남 지역에도 초속 35m 이상의 강한 바람이 예보됐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제주도와 호남 해안에는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40~60m에 이르는 등 사람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바람이 불겠다”고 말했다.
바비의 규모와 진행 경로는 지난해 9월 발생한 태풍 링링(LINGLING)과 상당히 유사하다.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 발생해 서해를 지나 한반도에 상륙했던 링링은 상륙 당시 중심기압이 970hPa로 ‘매우 강한’ 태풍이었다. 링링으로 인해 3명이 사망하고 농경지 7145ha와 시설 3600여곳이 피해를 보았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풍수해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가정에서는 창문, 출입문과 문틀의 연결 부분을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하고 유리문에서 되도록 떨어져 있으라고 당부했다. 커튼을 쳐서 유리창이 깨질 경우 파편을 막는 것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는 “단순히 창문에 테이프를 X자로 두르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면서 “태풍이 오기 전 가스를 차단하고, 감전 위험이 있는 전기시설은 전원을 차단하거나 만지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태풍이 지나는 동안 산간이나 저지대 침수위험구역 등을 방문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농촌지역에서는 논둑이나 물꼬를 보러 나갔다 급류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침수지역이나 산간·계곡 등 위험지역에서 대피 권고를 받으면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말했다. 정부는 야외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 등도 일시 철거 및 결박조치를 할 방침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