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상황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예정대로 치러질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25일 수도권 유·초·중·고교를 원격수업으로 전면 전환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자 고3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 수능은 치러질 수 있을까. 거리두기 3단계 상황에서는 10인 이상 집합·모임·행사가 금지된다. 전국의 모든 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거나 문을 닫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험생 50만명이 동시에 이동하는 시험이 가능할지 의문이 크다. 10명 이상 모이면 안되지만 수능은 한 교실당 최대 24명씩 시험을 보도록 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교육부는 3단계로 격상돼도 수능을 치를 생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무조건 봐야 한다. 석 달 남은 상태에서 볼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서는 철저히 방역 계획을 세우면서 시험을 볼 수 있게끔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수능 자체를 치르지 못하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만 과거와 달리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일정 등 세부 사항을 변경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놓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서울·경기·인천 교육감들과 공동으로 연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진입 시 수능은 일정대로 치르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유 부총리는 “12월 3일 예정돼 있는 수능을 차질 없이 치르기 위해서라도 감염의 확산을 빠르게 차단하고 안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12월 3일 예정돼 있는 수능을 차질 없이 치르기 위해’란 발언은 코로나19 상황 관리를 못하면 12월 3일 수능을 치를 수 없다는 발언으로 읽힐 수 있다. 유 부총리는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까지 간다면 계획을 변경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능 계획 변경과 관련해서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았던 과거 발언들과 차이가 있다.
유 부총리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수능은 예정대로 준비하고 있다. 그 계획은 변함 없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21일 라디오에 출연해 “12월 3일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두 사람은 줄곧 국회나 언론의 질문이 나올 때마나 “더 이상의 수능 계획 변경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취해 왔다.
교육부는 ‘플랜 B’(코로나19 악화에 따른 차선책)는 당분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을 굳혔다. 유 부총리는 “지금 그런 이야기(플랜 B 등)를 먼저 하는 것은 현장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나름의 학습 계획에 따라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플랜 B를 만들고는 있지만 수능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고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방안 공개가 수험생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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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