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차량 공유업체 드라이버로 일하는 런지엔민(57)씨는 지난 2~3월 수입이 평소의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이동제한 조치를 취한 시기였다. 그동안 런씨는 저축해둔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4월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런씨는 “지금은 매일 12시간씩 일하고 있다”면서 “간호사인 아내의 월급에 내 수입 월 5000위안(약 86만원) 정도를 충분히 보탤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그의 유일한 불만은 중국인들이 일상을 되찾으면서 베이징의 극심한 교통체증도 돌아왔다는 점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대부분 국가들이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분투할 때 중국 경제는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가 반등해 미국과의 경제 격차는 더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방역 성공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부터 일상을 거의 정상화하고 있다. 음식점과 실내 운동시설, 대중교통, 공항 출국장 등은 다시 붐비고 있다.
WSJ는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가지고 오라고 하지만 실제로 마스크 착용을 권하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시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지난 20일 야외활동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대폭 완화된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발표했다. 심지어 코로나19의 진앙지인 우한에서도 사람들은 더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실제로 중국의 공장들은 지난 4월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조업을 재개했다. 세계 무역에서 중국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달 전자상거래와 백화점, 슈퍼마켓, 일반 소매점 등의 매출을 합산한 중국의 사회소비품 소매총액은 전년 동기대비 1.1%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명품브랜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전기차업체 테슬라 등 다양한 업종에서 중국 시장 2분기 수익이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국제경제 선임연구원인 호미 카라스는 “중국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경제를 정상화했다”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기존 예상보다 2년 빠른 2028년에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다른 개발도상국과의 격차 역시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경제규모 세계 3위인 일본도 5.8%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JP모건의 올해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4월 1.3%에서 현재 2.5%로 개선됐다. 세계은행(WB)은 “중국이 올해 성장이 예상되는 유일한 국가”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올해 GDP가 8.0%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과 경제력 격차를 좁히는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조정한 올해 중국 경제 규모를 11조9000억 달러로, 중국 GDP는 미국의 7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7% 포인트 성장한 것으로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미국을 따라잡게 되는 것이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코로나19 이전에 2019~2023년 중국이 26%의 경제 성장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미국의 예상치는 8.5%에 불과했다. 그러나 팬데믹의 충격을 감안한 수치는 이 차이를 더 벌렸다. 중국은 24%, 미국은 당초 예상치의 절반도 안 되는 3.9%로 나타났다.
WSJ는 “중국이 2008~2009년 경제위기를 그리 심각하지 않게 겪고 지나간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팬데믹에서도 ‘중국식 정부’가 미국의 시장경제 체제보다 낫다는 중국의 믿음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에 여전히 위험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의 5분의 1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여전히 코로나19 속에서 허덕이는 미국과 유럽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나홀로 성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환율도 불안한 요인이다. 위안화 강세로 해외에서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부 광둥성의 한 TV 조립업체 관계자는 “가전제품 수요가 반등하면서 원재료 가격은 점점 더 오르고 있다”면서 “지난 몇 개월간 매출 손실을 본 이후 아직도 수익을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