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무관심’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은 그때그때 현안에 대한 차별화된 입장을 내놓는 방식으로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당대표 등 선출을 앞두고 열기와 주목도를 끌어올리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흥행이 어렵자 어떤 식으로든 이슈 부각을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현 상황이 여러 측면에서 어렵지만 비전과 가치로 경쟁하기보다 단기 이슈에 주자들이 끌려다니는 상황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당대회를 나흘 앞둔 25일 당대표 후보들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 엇갈린 목소리를 냈다. 이낙연 후보는 저소득층 위주의 ‘선별적 지급’을 주장한 반면, 김부겸 박주민 후보는 ‘전 국민 지급’을 촉구했다.
이 후보는 “어려운 분들을 더 두텁게 돕는 차등 지원이 맞다”고 거듭 밝혔다. 반면 박 후보는 입장문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다면 추석 전에 지급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차까지는 불가피하게 전 국민 지원을 해야 한다”며 “(고소득층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은) 연말정산이나 소득세 신고 시 환수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부동산 대책에 관한 공약도 나왔다. 김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집값의 10%만 있으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금융 지원 공약을 내놨다.
‘역대급 깜깜이’로 불리는 최고위원 선거는 막바지로 갈수록 후보들의 인지도 싸움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친문(친문재인) 성향 표심을 잡기 위해 경쟁하듯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및 미래통합당 공격 등 최고위원 후보들의 메시지는 대동소이하지만 비슷한 주장 속에서 돋보이기 위해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검찰을 비판하면서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원욱 후보), “반정부 투쟁 선언”(신동근 후보)이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이들 후보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SNS로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당내에서 합리적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던 이원욱 후보는 8·15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판사를 비난하며 해당 판사의 실명이 들어간 ‘박형순금지법’을 발의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당선 이후에는 ‘다른 목소리’를 낼 수도 있겠지만 선거기간에 내뱉은 말들이 나중에 후보 스스로의 발목을 잡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전당대회보다 후보들의 논쟁적 발언만 주목받는 것을 두고 씁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후보들이 강조하는 가치나 메시지가 잘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내가 대표가 되면 민주당을 이렇게 이끌 것이고, 내가 최고위원이 되면 당은 저렇게 달라질 것’이라고 하는 분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