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확진자들이 ‘갑툭튀’, 삼성·LG·SK 등 안전지대 없다

입력 2020-08-26 00:20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운 ‘깜깜이’ 확진자가 수도권에서 급증하는 가운데 주요 기업 사업장과 연구시설에서도 확진자가 연일 속출하고 있다. 연구소, 사옥, 생산라인 등 곳곳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안전지대가 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5일 기흥캠퍼스 근무자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기흥캠퍼스에서 1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셈이다. 이날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연구동 근무자 1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SK에너지 근무자 1명도 전날 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이 이날 폐쇄됐다. 해당 근무자는 지난 20일 서린빌딩을 방문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재택근무하는 직원이 대부분이라 당시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은 4~5명 정도 파악된다”고 말했다.

종로에 본사를 둔 GS건설 사옥에서도 지난 24일 확진자가 발생했다. GS건설은 26일까지 사옥을 폐쇄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근무자 1명도 지난 2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근무하는 포스코 직원 1명도 지난 1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LG전자의 가산 R&D캠퍼스와 서초 R&D캠퍼스에서는 각각 20일, 21일 확진자가 발생했다. SK하이닉스의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도 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국민일보가 확인한 일부 대기업 확진 상황을 보면 다수가 감염경로를 뚜렷이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명이 확진된 한 기업 연구소의 경우 2명이 깜깜이였고 나머지 1명은 내부 밀접접촉으로 인한 감염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1명은 몸이 안 좋아서 검진했는데 확진이었고 다른 1명은 외부 파견 중 확진됐다”며 “결과적으로 3명 다 감염경로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역시 최근 3명의 확진자가 나온 다른 기업의 경우 1명의 감염경로 확인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업 관계자는 “상반기 코로나19 확진자는 대구·경북 지역 방문이나 ‘신천지’ 집단과 관련 있었는데 지금은 수도권 중심으로 급격히 퍼지면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며 “대기업 사업장과 연구소 직원 확진이 많이 나와 생산과 연구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도 “한 확진자는 가족 나들이를 갔다가 걸린 것 같은데 정확하게 추적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사실 수도권에서 이렇게 많이 나오면 누가, 언제, 어디서 걸려도 놀랍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8일 사이 8.3%였던 감염경로 불명 비율이 지난 9~22일 18.5%로 급증했다. 확진자 중 깜깜이 비율이 커진 것이다.

해외 사업장의 확산세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5일 인도네시아 사업장에서 2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30일까지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배터리 공장에서도 한국인 확진자 3명을 포함해 모두 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권민지 강주화 박구인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