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호 호수생태원, 짙푸른 나무 그늘 속 보랏빛 유혹

입력 2020-08-26 20:01 수정 2020-08-26 20:13
광주광역시 북구 ‘천지인 문화소통길’ 산책로 메타세쿼이아 아래 융단처럼 깔린 맥문동 꽃이 아침 햇빛을 받아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맥문동의 푸른 잎사귀와 보라색 꽃이 보색을 이룬 풍경이 환상적이다.
광주광역시에는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도심 속 힐링 명소가 여럿 있다. 이 가운데 북구에 자리한 문화근린공원과 광주호 호수생태원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짙은 나무 그늘에 보랏빛 꽃길과 물가 짙은 숲속을 거닐며 한여름 더위를 잠시 떨칠 수 있어서다.

북구 문화근린공원 맞은편에 ‘천지인 문화소통길’ 산책로가 있다. 용봉나들목에서 시작해 각화사거리까지 4.73㎞ 구간에 메타세쿼이아 나무 숲길과 맥문동 꽃길이 잘 조성돼 있다. 이 중 문화동 육교에서 오치동 쌍굴다리까지 이어지는 길이 핫 플레이스다. 하늘 높이 푸르게 자란 메타세쿼이아 녹색 그늘에 보랏빛 맥문동꽃이 융단처럼 깔려 있다.

맥문동은 햇빛이 들지 않는 음지에서 자라는 백합과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가 보리와 비슷하고 겨울에도 시들지 않아 ‘맥문동(麥門冬)’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큰 나무 밑 그늘에서도 잘 살아간다.

천지인 문화소통길에 들어서면 길 양쪽으로 맥문동이 꽃대를 내민 채 보랏빛 유혹을 하고 있다. 꽃대에는 좁쌀만 한 보라색 꽃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다. 맥문동의 푸른 잎사귀와 보라색 꽃대가 보색을 이루며 아름다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광주호는 광주 북구, 담양군 고서면과 가사문학면에 걸쳐 있는 인공 호수다. 1970년대에 영산강 유역 개발 사업의 하나로 댐을 건설하면서 생겼다. 호수생태원은 2006년 광주호 상류에 들어섰다. 생태 연못, 습지 보전 지역, 호수 전망대, 메타세쿼이아 길, 버드나무 군락 등 볼거리가 풍성하고 포토 존이 많아 나들이와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산책로 6개(버들길, 풀피리길, 별뫼길, 가물치길, 돌밑길, 노을길)는 총 5㎞로, 산책과 조망을 포함해 2시간 30분~3시간이면 넉넉히 돌아볼 수 있다. 잔잔한 호수 주변으로 산책로가 이어지고, 군데군데 전망대와 쉼터도 마련돼 있다. 평소 스탬프 투어에 참여할 수 있지만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된 상태다.

호수생태원 맞은편 수령 400년 안팎의 충효동 왕버들군.

눈여겨봐야 할 곳이 여럿 있다. 먼저 충효동 왕버들군(천연기념물 539호)이다. 호수생태원 입구 맞은편에 거대한 왕버들 세 그루로, 수령이 400년 안팎에 높이 10m 내외다.

드론으로 내려다본 광주호 호수생태원 판문점 도보다리.

다음은 판문점 도보다리 재현 시설이다. 갈대밭에 2018년 4월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화제를 모은 판문점 도보다리와 남북 정상이 마주한 의자와 탁자가 재현돼 있다. 여기서 습지 위로 놓인 데크 산책로를 따라가면 9남매 왕버들을 만난다. 한 뿌리에서 9개 가지가 뻗어 나온 모양이 눈길을 끈다. 이어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호수생태원 바로 옆 ‘자미탄’(紫薇灘)이라 불리는 증암천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환벽당이 있다. 김윤제가 지은 정자로, 정면 3칸 측면 2칸 건물로 방과 대청, 툇마루가 있다. 가사 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에 환벽당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환벽당 남쪽 언덕 위 배롱나무꽃과 어우러진 취가정.

환벽당과 이웃한 취가정은 ‘취해서 노래하는 정자’라는 뜻이다. 정철의 제자였던 권필이 꿈에서 충장공 김덕령 장군을 만나 ‘취시가’를 듣고 화답하는 시를 남겼다는 기록에 따라 고종 때 세워진 정자이다. 6·25전쟁으로 불탄 뒤 1955년 재건됐다.

여행메모

동광주IC·문흥IC 인근 맥문동 숲길
호수생태원 건너 담양 식영정·소쇄원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광주 맥문동 숲길로 간다면 경부고속도로와 논산천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한다. 동광주나들목이나 문흥나들목에서 가깝다.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KTX가 하루 20여 차례 운행한다. 광주호 호수생태원은 광주송정역 정류장에서 송정19번·160번 버스 이용한 뒤 서방시장 정류장에서 충효187번 버스로 환승하면 약 1시간 30분 만에 닿을 수 있다.

KTX를 이용한다면 광주송정역시장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송정동 일대는 떡갈비 골목으로 유명하다. 떡갈비는 갈빗살에 양념을 재워 숙성시킨 후 숯불에 구워내는데 달짝지근하기보다는 담백한 맛을 내는 게 포인트다.

호수생태원에서 다리를 건너면 담양이다. 식영정과 한국가사문학관에 바로 닿고 소쇄원도 지척이다. 배롱나무꽃 명소인 담양 명옥헌 원림도 약 20분 만에 갈 수 있다.







광주광역시=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