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코로나 겁나 서울 오기 싫은 세종청사 고위 공직자들

입력 2020-08-26 04:06

9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정부세종청사 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가 개회하면 수시로 국회를 오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저변에 깔려 있다.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발동까지 거론될 정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깜깜이 환자’가 많다는 점도 세종시에 거주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우려를 더한다.

25일 경제부처의 고위 공직자 A씨는 “안 올라갈 수도 없고 참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과 관련이 있다. 정기국회 개회 전이지만 각 상임위는 부처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27일에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4개 상임위 전체회의가 열린다. 28일과 31일에도 교육위원회와 정무위원회가 예정돼 있다. 정기국회가 열리면 현안 관련 회의가 수시로 잡히고 담당 공무원들이 배석해야 한다.

거주지가 서울인 고위 공직자는 고민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A씨처럼 세종시에서 가족과 거주하는 이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뭉텅이로 나오는 서울을 오가는 일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25일 0시 기준 서울시 확진자 수는 3120명에 달한다. 대구시(6983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깜깜이 환자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도 공포를 키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최근 2주간 깜깜이 환자 비중은 전체 확진자의 18.5%까지 높아졌다. 커피숍에서도 집단 확진 사례가 나오는 지경이라 KTX 역사와 국회만 오간다고 코로나19에 안 걸린다는 보장이 없다. 다른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 B씨는 “국회 일정으로 KTX를 이용할 때 지옥 가는 열차 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국회도 손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임위를 열더라도 인원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장차관 및 고위 공직자, 소속·산하기관장을 싹 다 한자리에 앉히는 일은 사라졌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면 회의인 만큼 위험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정부에서도 국회에 ‘화상 회의’를 권장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