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거스르는 싸움·한계 없는 상상력… 코로나19 이겨낼까

입력 2020-08-26 04:04
26일 개봉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의 한 장면. 시간을 비틀 수 있다는 독특한 상상력과 많은 제작비를 들인 화려한 액션 시퀀스로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시간 흐름을 뒤집는 기술 ‘인버전’. 인버전을 거친 총알은 벽에서 튕겨 나와 거꾸로 총구에 박힌다. 전복된 자동차는 몸을 뒤집어 뒤로 달린다. 러시아 무기밀매상 사토르(케네스 브레너)는 이 기술로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계를 파괴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 엘리트 요원(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조력자 닐(로버트 패틴슨)이 투입된다. 이들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불리는 미래와의 전쟁에서 세계를 구해낼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차례 개봉이 연기됐던 올해 최고 기대작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이 베일을 벗었다. 26일 국내 정식 개봉을 앞둔 주말(22~23일) 유료 시사회 상영을 강행해 변칙 개봉 논란을 빚었음에도 CGV용산점 아이맥스관 2회차 상영분을 일찍이 동내는 등 큰 기대감을 입증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사회에 다녀온 팬들의 감상평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놀란 감독 자신이 “가장 야심 찬 영화”라고 자부한 ‘테넷’은 한 번 관람으로 이해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작품이다. 맛깔스러운 스포일러도 불가능하다. ‘메멘토’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등 전작마다 시간과 물리법칙에 관한 성찰을 녹여냈던 놀란은 이번 작품에 예술가로서의 포부와 야망을 모두 쏟아부어 누구도 넘보기 힘든 높은 탑을 세웠다.

시간을 거스르는 싸움이라는 독창적 세계관을 풀어놓기 위해 극은 초장부터 인버전·엔트로피·시간 역설 등 물리법칙에 관한 이야기들을 한껏 풀어 놓는다. 관객은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라는 ‘테넷’의 슬로건을 되새기면서 러닝타임 내내 물리법칙의 탑을 올라야 한다. 2시간30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전개가 빠른데 그만큼 플롯 생략도 상당한 편이다.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에도 팬들의 호응은 크다. 놀란이 평소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극한까지 밀고 갔기 때문이다. 한계가 없는 상상력과 이를 화면으로 구현한 놀란의 대담한 연출도 박수받을 만하다. 총과 자동차는 물론 대자연이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전의 세계와 시간 순행의 세계를 한 프레임 안에 담아낸 시퀀스들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웅장한 음악이 귀를 즐겁게 하고 전작보다 더 세련된 액션신이 시선을 붙든다.

코로나19 여파를 이겨내고 ‘n회차’ 관람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정신분석학 베이스의 ‘인셉션’, 우주물리학 기반의 ‘인터스텔라’ 등 놀란의 작품은 늘 릴레이 관람과 함께 관객과 평단의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테넷’은 놀란의 어떤 작품보다 이해를 위한 n회차 관람이 필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추세가 발목 잡을 우려가 있다. 이번 작품은 놀란이 6년에 걸쳐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인터스텔라’를 고증했던 세계적 물리학자 킵 손이 오류를 다듬었다.

CG(컴퓨터그래픽)를 지양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놀란 감독은 이번에도 보잉747 비행기 폭발신 촬영을 위해 실제 비행기를 구매했다. 카체이싱 등 매 장면에서 압도적인 제작비가 엿보인다. 7개국 해외 로케이션의 이국적 풍경도 볼거리다.

아이맥스관이나 음향특수관을 찾는다면 ‘테넷’의 매력을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을 듯하다. ‘테넷’의 총구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눈’과 ‘귀’를 정확히 겨누고선 놓치지 않는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