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 접어들면서 자동차 업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완성차 업체들은 다시 한번 시장 위축 분위기가 감지됨에 따라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및 관련 업체들은 국내외 코로나19 재확산 추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향후 신차 출시 및 시승 행사, 판매 계획 등 일정을 재검토하고, 확진자 발생과 감염 우려에 따라 재택근무를 확대하거나 유연 근무제를 재개하고 있다. 비즈니스 미팅과 회식 자제 권고는 물론 대리점 방역, 비대면 마케팅 강화 등 내부 방침도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업계는 하반기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앞세워 점진적인 판매 회복을 노릴 계획이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올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판매 감소율이 -10% 수준으로 상반기(-29.2%)보다 둔화될 거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내수 판매를 유지하면서 미국·유럽 등 주요 수출국이 코로나19 진정세에 접어들면 소비자들이 구매심리를 회복할 거라는 예상이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하반기 글로벌 시장 수요가 호전될 것으로 보고 판매 전략을 수립해 왔다. 하지만 기대했던 ‘V자 반등’은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물 건너갔다. 특히 버팀목 역할을 했던 내수 판매마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하반기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재확산 국면에 접어들면서 판매 전략을 다시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은 무너진 수출 대신 내수 판매에 기대어 버텨 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국내 자동차산업 동향 집계 결과를 보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7% 감소했지만 내수는 8.9% 증가했다. 특히 내수는 3월 10.1%, 4월 8.0%, 5월 9.7%, 6월 42.0% 등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왔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차, 한국지엠,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사의 상반기 글로벌 판매는 21.5% 줄었지만 내수는 80만89대로 지난해보다 6.0% 증가했다.
그러나 하반기엔 코로나 재확산 추세에 정부의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혜택까지 줄어 내수 진작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정부는 지난 2~6월 70%를 감면했던 개소세 인하 폭을 30%로 줄였다. 실제로 완성차 5사의 7월 내수 판매실적은 모두 줄어 전월 대비 18.2%가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에선 내수 판매까지 줄 경우 중소 업체들의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2·3차 협력업체들은 직원들의 순환휴직, 급여 삭감 등으로 겨우 버텨 왔지만 하반기 수주 물량마저 줄면 더 버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이 벌이는 각종 지원 사업은 복잡한 절차와 기준, 오랜 처리 기간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