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맞춰 위안부 관련 자료가 축적돼 있는 디지털 저장소 ‘아카이브814’가 모습을 드러냈다. 2018년 8월 개소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가 주요 사업으로 추진한 아카이브814는 국내외에 산재해 있던 위안부 관련 자료를 한데 모아 검색어만 입력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카이브814에는 일본정부(일본군) 공문서 171건, 재판자료 18건, 일본군 ‘위안부’ 운동자료 17건, 국제기구 및 국제사회 자료 34건, 국내외 결의안 및 일본정부 견해 자료 283건, 언론자료 3건 등 총 526건의 디지털 기록이 담겨 있다. 국사편찬위원회와 동북아역사재단, 서울기록원 등 공공기관이 관리하던 자료뿐 아니라 천안독립기념관에서 전시했던 자료, 위안부 연구자 신영숙 선생으로부터 기증받은 자료도 포함돼 있다.
아카이브814의 가장 큰 목적은 위안부 자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연구소는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연구를 심화하며 문화콘텐츠와 교육 자료 생산이 계속 되려면 기존에 발굴·수집된 자료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돼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예컨대 일선 학교에서 위안부 문제를 단순히 설명하는 게 아니라 원자료를 놓고 학생들이 토의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교육 효과를 더욱 키울 수 있다.
아카이브814 사이트는 검색어 입력을 통해 관련 자료 전체를 받아보는 것뿐 아니라 주제별, 시간대별 정리된 자료까지 한눈에 확인이 가능하다. 일례로 사이트 메뉴 중 ‘컬렉션’을 선택해 ‘유엔 인권위원회 및 인권소위원회’ 목록을 클릭하면 그간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 어떻게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알렸는지에 대한 설명과 여기에 연관된 자료까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해외자료의 경우 원문과 번역문, 간략한 해설을 함께 제공한다. 국내 위안부 연구자는 물론 해외 연구자도 아카이브814에서 자료를 받아보게끔 다국어 검색 엔진도 탑재할 예정이다. 일본 웹사이트에 자료가 많다보니 연구자들이 대체로 일본 사이트를 찾는데 이를 아카이브814로 유인해 전 세계 위안부 연구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까지 목표로 한다. 장미현 연구소 자료서비스팀장은 “위안부 문제를 외교적으로만 해결하기보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료를 역으로 그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일본정부의 방해공작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더 많은 형태의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선 영상자료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은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e역사관에 게시된 영상자료의 URL을 안내하고 있는데 올해 e역사관의 자료들을 아카이브814에 이관할 계획이라서 연구소는 피해 당사자나 가족, 돌아가신 피해자의 유족을 일일이 접촉해 양해를 구할 방침이다. 저작권 문제가 해결돼 영상자료도 공개가 가능해지면 피해자들을 지역별로 묶어 분석하는 등 당시의 피해 사실을 좀 더 실감나게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소는 전했다.
아카이브814에 담긴 자료를 직접 이용하려면 자료센터를 찾아야 한다. 다음 달 1일 공식 개관하는 자료센터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 사태를 감안해 이용이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아카이브814 사이트에 게시된 ‘자료센터 이용신청서’를 작성해 이를 첨부한 이메일로 사전신청한 뒤 직접 연구소를 방문하면 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