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전부터 공을 들였던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시작 단계에서부터 제동이 걸렸다. 이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가 금지하는 ‘벌크캐시’(대량 현금)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며 물물교환 방식의 교류협력 추진에 의욕을 보여 왔다. 문제는 우리 측 민간단체인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물물교환 계약을 체결한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이라는 게 뒤늦게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 제재 대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지만,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전한 전날 서호 통일부 차관의 업무보고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북한의 기업이란 게 모두 국영이고 그 대부분이 유엔의 제재 대상이라는 것은 북한 업무를 하는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다. 당연히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제재 대상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통일 업무를 전담하는 통일부가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기업과 개인을 모르고 있었다면 황당한 일이다. 만에 하나 그게 힘들다면 국가정보원에 협조를 요청했어야 했다.
특히 이미 사업 추진 얘기가 나올 때부터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노동당 39호실 산하 ‘조선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동일한 회사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에 맞바꾸기로 한 술(북한)과 설탕(남한)이 제재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는 물품을 교환하는 수단이나 방법에도 엄격한 제한을 뒀다. 중국 업체를 이용해 운송한다고 하지만 그 업체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규정한 웜비어법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남북 교착 상황을 뚫기 위해선 이 장관 말대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통일부가 대북 제재의 기초적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있다면 모든 것은 허사일 것이다.
[사설] 통일부의 남북 교류협력 혼선, 어떻게 된 일인가
입력 2020-08-26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