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진화하는 생물… 기계 외 통신·심리학과 만나다

입력 2020-08-27 00:0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신앙 공동체 생활도 많이 바꿔놓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계속 발생할 것이다. 이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회는 어떻게 건축을 준비할 것인가 다뤄보고자 한다. 쾌적한 공간의 본질과 구성방법을 알아보고 공간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건축에 반영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간을 제안하고자 한다.

세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비대면 국제교류를 활발히 펼치고 있다. “코로나 위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인공지능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덕분이었다”는 보도가 연일 나온다. 그러다 보니 “포스트 코로나 대비는 5G로 하자”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한다. 5G가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시스템을 바꾸는 핵심가치이자 요소로 여겨지는 것은 분명하다. 교회도 이와 같은 기류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교회는 거리두기와 정보 활용으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필자는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다. 근본적으로 쾌적한 건축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면 불안감은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교회 부흥도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건축을 준비하는 교회들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데 기계적인 환기 설비를 최선의 방법으로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기계설비만으로 불안감을 떨쳐버리기엔 역부족이다. 이 시설들은 성도들의 인지 범위 밖에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현대인들은 자기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다. 천장 속에 있는 기계설비가 아무리 완벽하다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그럼 현대인들은 한 공간에 오래 머물지 않게 된다. 그렇기에 기계설비만으로는 이용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

필자는 ‘건축은 진화하는 생물’이라고 본다. 실제 건축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진화됐다. 건축은 기계와 만나고 통신과 만났으며 이제는 심리학과 만난다. 건축학에는 신경건축학이라는 것도 있다. 건축과 신경과학 사이의 접점을 탐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02년 8월 매사추세츠주 우주 홀 근처에서 미국건축가협회 연구소장 존 에버하드(John Eberhard)가 과학자들과 합동 워크숍을 개최했는데 이를 계기로 신경건축학회가 탄생했다.

이 학회는 자연환경과 건축 공간들은 뇌의 어떤 경로를 활성화할까, 면역체계와 치유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등을 고민하고 연구한다. 연구 결과 공간은 사람들의 심리 치료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예로 울리히는 1984년 기념비적인 연구를 완성해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사람들의 인지적 지각이 치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건축의 물리적 공간이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를 만든 것이다.

훌륭한 건축가들은 다양한 스토리와 플롯을 갖고 있다. 이를 창조적 아이디어로 바꿔 공간에 투영한다.

건폐율과 용적률을 가득 채우려고 해서는 안 된다. 길(도로)은 그 자체로 사람들을 건물로 안내하고 옥상까지 입체적 공간을 타고 흐르게 한다. 건물과 공원은 유기적으로 결합해 공간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창조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내외부의 경계가 없어지는 공간의 탈화로 공간의 속성은 순식간에 바뀐다.

불확정 공간에서 다양한 행태가 연출되지만, 그 공간의 합목적성과 순수성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 다양한 과정과 결과를 통해 건축가들의 창의성이 반영되고 그 공간은 생물로 변해 살아 숨 쉬게 되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건축 명제는 결국 공간이다. 쾌적하고 풍요로운 공간, 그 공간 역시 또 다른 진화가 계속될 것이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