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치열하게 싸웠던 우리는 이제 이 책을 시작으로 현 정부와의 싸움을 시작합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사태를 정리한 ‘조국 백서’(검찰개혁과 촛불시민)에 맞서 ‘조국 흑서’(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25일 출간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참여연대 소속이었던 김경율 회계사,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 권경애 변호사, 서민 단국대 교수가 대담자로 나서서 조 전 장관 임명 사태를 비롯해 현 정권 및 지지세력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5명의 대담자들은 모두 7장으로 이뤄진 이 책에서 문재인 정권의 미디어와 팬덤 정치,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논란, 기득권화된 586 정치 엘리트를 다룬다.
먼저 이들은 현 정권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계기로 조 전 장관 사태를 들었다. 머리말에서 “문 대통령은 입시와 사모펀드, 가족 재산 형성 등에 숱한 의혹이 제기된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함으로써 도덕이라는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뜨렸다”고 적었다. 권 변호사는 “제가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를 집중해서 들여다본 이유는 198명의 고위 공직자 중 조 전 장관이 유일하게 사모펀드에 가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전까지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본시장법, 금융실명법,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으로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고 지금 같은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와 김 회계사는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관련 논란을 되짚으며 조 전 장관 일가의 해명과 주장을 반박한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 5촌 조카인) 조범동이 코링크PE에 관여한 바가 없다’ ‘간접투자라고 해서 블루펀드에 가입했을 뿐이다’ ‘코링크PE 실소유주는 익성’ 같은 해명의 문제점을 구체적인 사실을 들어 반박한다. 이를 통해 김 회계사는 “코링크PE는 처음부터 조국의 돈으로 세워진 회사”라며 “코링크PE가 익성 소유라고 주장하려면 하다못해 통장 한 줄, 전표 한 장이라도 들고 와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조 전 장관 사태 당시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아들 관련 의혹이 MBC ‘스트레이트’에서 제기된 것에 대해 진 전 교수는 “그 상황 속에서 언론은 어떤 걸 다뤄야 하는 걸까요? 나경원의 아들이냐? 조국의 딸이냐? 대답은 분명하다”며 “지금 인사청문회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게 누구인가? 이렇게 물으면 자연스레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강 기자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거짓 등가성이라고 부른다”며 “저널리스트들이 균형을 진실과, 의도적인 중립성을 정확성과 혼동하고, ‘양측’을 모두 보여주라는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권과의 비교를 통해 현 정권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였다. 진 전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능력과 인기에 기반했다면, 문 대통령은 이들에(586) 의해 기획된 존재”라며 “‘박근혜 탄핵’이란 사건을 만나서 쉽게 집권을 한 것”이라고 했다. 여당이 친문으로 균질화됐다는 비판도 잊지 않았다. 서 교수는 “과거에는 소위 소장파라는 분들, 나이가 젊은 의원들이 나서서 당론과 다른 소신 발언을 했다”며 “그런데 지금 이런 일이 불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일단 문자 폭탄이 온다”고 덧붙였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