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 확인도 안하고 ‘北 물물교환 사업’ 추진한 통일부

입력 2020-08-25 04:07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가 물물교환 방식의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측 사업 파트너가 대북 제재 명단에 올랐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측 민간단체인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물물교환 계약을 체결한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만 교류 파트너에서 제외하면 제재 위반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에선 “이 사업이 완전히 철회됐다”고 해 논란도 예상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24일 정보위 비공개 업무보고 이후 브리핑에서 “통일부가 국가정보원에 물물교환 대상 기업(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해당 사업은 완전히 철회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 업무보고에는 서호 통일부 차관이 참석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통일부는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의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국정원에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다.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은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등 북측 기업들과 1억5000만원 상당의 북한 술과 우리 설탕 160여t을 맞바꾸기로 했다며 통일부에 반입·반출 승인을 신청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를 ‘작은 교역’이라 칭하며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 왔다.

그러나 이후 국정원이 국회에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이라고 보고하며 제재 위반 논란이 빚어졌다.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노동당 39호실 산하 외화벌이 업체로 추정된다. 39호실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다.

하 의원은 “통일부가 국정원에 그 기업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통일부와 국정원 간 정보 교류가 원활하지 않지 않으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여야 정보위 간사 설명 내용과 관련해 “서 차관이 사업 ‘철회’ 발언을 한 바 없다”며 “아직 검토 중인 사안에 대해 ‘철회’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제재 위반 논란과 별도로 물물교환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업에는 북측 기업이 복수로 참여하고 있으며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그중 하나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제재 리스트에 오른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만 사업 파트너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회사들과 사업을 추진토록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이번 사업 주체인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계약 내용을 조정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