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멸종 위기’ 점박이물범, 다시 만나 반가워요

입력 2020-08-25 18:55 수정 2020-08-26 13:32
지난달 22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인근 물범바위에 점박이물범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점박이물범은 휴식을 취하거나 백상아리 등 천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바위에 올라와 시간을 보내곤 한다.

인천에서 바닷길로 193㎞. 대한민국 최북단 섬 백령도에 여름이면 귀한 손님이 찾아온다. 둥그스름한 얼굴에 앙증맞은 지느러미를 가진 점박이물범. 녀석을 보려고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연구팀과 함께 지난달 21일 새벽같이 인천항 여객터미널로 나갔다. 관광객과 해병대원, 면회객들로 북새통이었다. 안개 탓에 모든 배편이 묶인 상태였다. 다행히 출항시간을 3시간 넘겨 배가 떠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백령도 앞 바다에서 점박이물범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고 숨을 쉬고 있다.

3시간의 지연은 탐사 일정을 엉키게 만들었다. 백령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밀물이 한창이라 물범들이 쉬는 바위가 물속에 잠겨 버렸다. 섬에서 망원경을 통해 녀석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의 연봉바위에 점박이물범 두 마리가 누워 있다.

이튿날 배를 타고 물범바위로 향했다. 120여 마리가 바위에 옹기종기 모여 쉬고 있었다. 어렵게 마주한 물범은 탐사팀을 환영하듯 배에 접근해 얼굴을 자주 내밀어줬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면서 천연기념물 331호인 점박이물범은 기각류라는 낯선 종에 속해 있다. 다리가 지느러미 형태로 변했다는 뜻이다. 회갈색 바탕의 몸에 짙은 점무늬가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는데, 이 무늬는 사람의 지문처럼 개체마다 다르고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다 자랐을 때 몸길이는 약 1.7m, 체중은 80~130㎏이다. 중국 보하이(渤海) 랴오둥(遼東)만에서 겨울을 보낸 물범은 1000㎞를 이동해 우리 서해에 도달한다. 매년 300~400마리가 백령도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썰물이 시작되고 물범바위가 모습을 드러내면 점박이물범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제히 모여든다.

국립수산과학원 김현우 연구사는 “한국에서 물범을 계속 볼 수 있으려면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 중국에선 여전히 불법 포획이 이뤄지고, 한국도 연안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가 시작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백령도=사진·글 김지훈 기자 d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