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노마스크 있어요!” 우울하네요, 코로나 감시사회

입력 2020-08-25 00:04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공학원 입구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출입 통제 안내문이 빨간 줄에 걸려 있다. 지난 22일 이 건물에서 대학원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연세대는 공학원 출입을 전면 금지하고 1·2·3·4공학관 건물에 대해서는 필수 업무 인력만 드나들 수 있도록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재확산하면서 시민들이 서로 마스크 착용 여부를 감시하고 신고하는 일이 일상이 되고 있다. 감염병에 대한 우려와 상호 불신이 결합된 ‘코로나 세대’의 우울한 단면이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김모(41·여)씨는 24일 “요즘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보면 가급적이면 신고한 다음 나도 모르게 소독제를 꺼내 뿌리게 된다”며 “내 옆의 누구나 감염자일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깨져버린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김씨는 지난 22일에도 마스크 없이 주택가에서 대화를 나누는 4명의 사진을 찍어 112에 신고했다. 김씨는 경찰 안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의정부시에 신고했지만 ‘아직 권고사항이라 처벌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그는 “평생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될까 끔찍하고 슬프다”며 “미착용자를 제지할 더 강력한 정책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산에 사는 임모(26·여)씨도 “지난주에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아예 소지하지 않은 사람이 앉아 있길래 신고했는데 ‘마스크 미착용 승객은 내리라’는 방송이 나와도 미동조차 않았다”면서 “다른 사람 때문에 감염되거나 이로 인해 실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미착용자가) 보이는 족족 신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신고 건수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5월부터 지난 19일까지 접수한 마스크 미착용 민원은 3만5159건에 달했다. 7월의 하루 평균 신고 건수는 355건이었으나 8월(19일까지)은 하루 평균 660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안전신문고를 통해 받은 신고는 총 5790건인데 ‘광복절 광화문 집회’ 이후 눈에 띄게 늘었다. 행안부는 23일까지 8월에 4011건이 접수됐는데 이 중 15일 이후 접수된 신고가 2853건이라고 밝혔다.

신고가 일상화되면서 당국의 ‘신고 애플리케이션’ 오작동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주민 정모(32·여)씨는 지난 12일과 18일 지하철에서 신고앱을 활용해 ‘○○칸 ○○자리 ○○옷 입은 사람 마스크 미착용’이라고 신고했지만, 20분이 지나도록 안내방송조차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정씨는 “매크로로 비슷한 답만 되풀이하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며 “안전을 위해 이렇게 서로 신고해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고 시 개인정보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개인에게 신고 책임을 맡기는 건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며 “미착용자 사진을 SNS에 올려 ‘마녀사냥’을 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해당 장소의 관리를 책임지는 직원 등에게 알리는 방식 등으로 행동요령 기준을 세우는 게 맞는다”고 조언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