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부 월세 전환 가속화… 저소득층이 직격탄 맞았다

입력 2020-08-25 00:11

2분기(4~6월)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주거비 지출이 2분위 가구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 비중이 높은 대신 임대료가 비교적 낮은 1분위 가구가 소득 상위 가구를 모두 제치고 가장 많은 월세를 지출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보증부 월세가 늘어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보증부 월세 비중 증가와 저소득층 주거비를 연관시킬 근거가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24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월세 등 실제 주거비 지출은 월평균 9만1717원으로 1년 전보다 13.8% 늘었다. 소득 하위 20%의 실제 주거비는 2분위 가구(9만1549원)를 근소하게 앞질렀고 3분위(7만2123원), 4분위(6만5809원), 5분위(7만3387원)보다 컸다.

소득 1분위의 월세 지출이 나머지 상위 가구를 넘어선 것은 2009년 2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이 기간 전체 가구의 월평균 실제 주거비 지출은 7만8907원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1.8% 줄었다. 고소득층은 자가거주 비중이 높기 때문에 주거비 지출은 통상 소득 중하위 분위에서 높다.

시장은 임대차 3법을 앞두고 전세에서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서민 보호를 위해 임대차 3법을 만들었지만 여기에 임대인들도 대응하고 나설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 결국 가장 직격탄을 맞은 것은 소득 하위 계층”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소득 1분위 가구는 애초에 보증부 월세 생활자 비중이 높아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분위 가구의 주거비 지출이 2분위 가구를 앞지른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저가주택 임대인들은 대개 월세 소득을 위해 부동산을 운영하는 데다 월세 자체를 올렸으면 2분위 가구 월세도 함께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전월세 거래 대비 보증부 월세 비중은 아파트의 경우 다소 올랐지만 다가구주택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이처럼 소득 1분위 가구 주거비 지출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리지만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추가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정부는 이미 전월세 전환율을 4%에서 2.5%로 하향키로 했지만 더 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교수는 “소득 최하위 계층은 코로나19 사태로 소득은 줄어드는데 주거비용은 올라가다 보니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전월세 상환율 조정이 큰 의미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영구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해 서민의 주거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