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단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오케스트라 가운데 첫 감염 사례였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해당 단원은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인 서울예고 학생을 개인레슨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향은 지난 15일 단원이 코로나19 확진자 밀접 접촉자라는 것을 통보받은 뒤 당일 광복절 기념공연을 비롯해 8월 예정됐던 공연들을 잇따라 취소했다. 그리고 해당 단원의 확진이 통보된 직후 단원과 직원 75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서울시향 단원 확진 여파는 ‘개인레슨’ 문제로 이어졌다. 공무원 규정에 준하는 서울시향 규정에 따르면 단원들은 영리 활동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향 운영규정 중 겸직금지 조항인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직원 및 단원은 직무 외 영리 목적 업무에 종사해서는 안 된다. 대표이사 허가를 받는다면 비영리 목적의 타 직무를 겸할 수 있고, 국외 겸직이나 이사회 승인을 거친 겸직은 예외를 두고 있다. 물론 재단 공연과 연습일정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단서 하에서다. 제2항은 단원의 사전 승인된 외부출연 및 외부출강은 겸직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해 놓았는데, 시향의 별도 내규에 따르면 일주일 6시간까지 외부 출강이 가능하다. 외부 공연의 경우엔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
단원의 개인레슨은 제8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 된다. 서울시향은 국민일보의 취재에 “해당 단원이 대표이사의 허가를 얻어 외부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면서 “해당 단원의 치료가 끝난 후 단원 복무에 대한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향 상급기관인 서울시는 이번 단원 확진 문제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서울시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단원 인사 주체인 서울시향에 복무 처리에 관한 빠른 전달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시향 징계양정 기준에 따르면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의무 위반’은 해고·강등·정직·감봉·견책 가운데 최소 감봉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된다.
이번 단원 확진은 서울시향의 단원 연차수당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100명 안팎인 단원 중 70~80명은 지난 2017년 미지급된 9억원 규모의 연차수당을 요구하며 서울시향에 소송을 제기, 지난해 8월 1심에서 승소했었다. 재판부가 단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날도 집에서 업무의 연장선에서 각자 연습을 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원들은 월급 외에 교향악단 특성상 공연을 앞두고 전체 연습이 있는 날(2~3일)만 출근해 오전 10시~오후 4시 연습한 것에 대한 연습 수당, 실제 공연에 대한 연주 수당을 각각 받고 있다.
그런데 단원이 출근하지 않았을 때 개인레슨 등 개인 업무를 본 것이 확인되면 집에서 연습하기에 연차수당을 따로 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힘을 잃게 된다. 단원들이 소송에서 이기면 2018년도 이후 연차수당도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서울시향은 1심 직후 항소했고 오는 9월 항소심이 예정돼 있다. 현재 전국 교향악단은 오케스트라 재정과 운용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 소송을 주시하고 있다. 일부 오케스트라 노조에서는 서울시향을 따라 연차수당 소송을 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서울시향만이 아니라 공공 오케스트라는 합리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영리 목적의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음성적으로 개인레슨이 이뤄지고 있고, 음악계의 오랜 관행상 용인되어 왔다. 음악계에서는 ‘깜깜이’로 이뤄지던 개인레슨 등 영리목적의 활동이 시향 단원 확진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