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 22일 유튜브 방송인 ‘삼프로TV’에 1시간 정도 출연했다. 정부 고위 관료가 직접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주무부처 차관이 직접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서민과 소통하는 자리가 될 수 있어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정작 박 차관은 방송 시간 대부분을 정부 입장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데 사용했다. 진행자가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면 정부 측 논리만 내세우거나 정책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는 식이었다. 예를 들어 수도권 127만 가구 공급 방안에 진행자가 의구심을 보이자 박 차관은 “정비사업 등 물량 9만 가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구체적인 장소가 정해져 있다. 2028년까지 127만 가구 모두 분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막연히 대답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많이 낸 이유를 묻자 “올해 상반기 주택 구매자 4명 중 1명은 실거주가 아닌 투기수요였다”며 두루뭉술한 답변도 내놨다.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부동산 정책 중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고위 관료가 인지하기를 바랐던 국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해당 영상 댓글에는 “벽이랑 말하는 것 같다” “정신승리를 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댓글들이 주로 달렸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내로남불’식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일부 부동산 관련 유튜브 방송이 투기수요를 조장한다며 허위사실이나 과장이 담긴 방송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정작 박 차관이 유튜브에 출연해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이것도 일종의 시장 왜곡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정부의 열린 자세는 혹시나 놓쳤을지도 모르는 정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해법이다. 그래서 부정적인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문재인정부에 대해 “남에 대한 비판은 잘하면서 남의 비판은 못 참는다”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내 결점을 열심히 찾아보고, 내가 그 질책에 답하게 하시오”라는 세종대왕의 말을 인용했다. 청와대뿐 아니라 국토부도 깊게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