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에 갑질을 일삼은 애플코리아가 1000억원의 상생기금을 내고 불공정행위 처벌을 피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5년여간 애플의 불공정행위를 조사하고 과징금까지 결정했던 공정위가 뒤늦게 애플에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24일 애플과 협의해 마련한 1000억원 상당의 거래상 지위 남용 관련 잠정 동의의결안(자진시정안)을 공개했다. 애플은 우선 250억원으로 기존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디스플레이, 배터리, 기기 전체 수리 등 유상수리 비용을 10% 할인해준다.
국내 중소기업의 스마트 제조업 역량 강화를 위한 R&D(연구·개발) 지원센터 설립, 정보통신기술(ICT) 인재 양성 등에도 상생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애플은 또 이통사에 광고 자율권을 주고 광고계획, 광고 승인과정 협의 절차를 개선한다.
애플은 2009년 아이폰을 한국에 출시한 뒤 한국 이통사에 광고비와 수리비 등을 떠넘기는 갑질을 일삼았다. 공정위는 2016년부터 애플의 불공정행위를 포착해 조사를 진행했고, 2018년 애플에 대한 제재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2년여 동안 제재 절차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됐고 이번에 동의의결방안이 마련됐다. 동의의결은 법을 어긴 기업이 피해 보상 등 내용을 담은 자진 시정안을 내놓고,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면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동의의결이 확정되면 애플로서는 검찰 고발을 피하고 법 위반 전력도 남지 않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40일간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동의의결방안을 확정할지 아니면 과징금 부과 등 제재에 재착수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