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위가 메이저 퀸으로… ‘신데렐라 샷’ 쏘다

입력 2020-08-25 04:02
소피아 포포프가 24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로열트룬골프클럽에서 2020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번째 메이저 대회로 열린 AIG 위민스오픈에서 우승한 뒤 감격에 찬 표정으로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304위인 포포프는 투어 사상 가장 낮은 순위로 메이저 대회를 정복한 선수가 됐다. AIG 위민스오픈 홈페이지 캡처

여자골프 세계 랭킹 304위의 ‘무명’ 소피아 포포프(28·독일)가 2020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메이저 대회 사상 가장 낮은 랭킹으로 우승하면서 여자골프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포포프는 24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로열트룬골프클럽(파71·6756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AIG 위민스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7언더파 277타를 기록해 단독 2위 재스민 수완나뿌라(태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을 밟았다.

포포프는 2014년에 프로로 입문하고 이듬해 LPGA 투어 신인으로 데뷔했다. 그 이후로 투어에서 단 한 번도 손에 넣지 못한 우승 트로피를 메이저 대회에서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67만5000달러(약 8억원)다.

포포프는 2006년 여자골프 세계 랭킹을 도입하고 가장 낮은 순위에서 메이저 대회를 정복한 선수가 됐다. 종전 메이저 챔피언의 최저 랭킹은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정복한 해나 그린(호주)의 114위다. 포포프는 독일 여자골프 사상 첫 메이저 챔피언 타이틀도 획득했다.

포포프는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선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4개월을 넘게 쉰 투어의 지난달 31일 재개 대회로 펼쳐진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서 아너 판 담(네덜란드)의 캐디로 나섰지만 주목을 받지 못할 정도였다.

병마도 포포프의 선수 생활을 험난하게 만들었다. 포포프는 투어 데뷔 시즌인 2015년에 체중이 11㎏ 넘게 줄어 약 20곳의 병원을 전전했고, 3년이 지나서야 라임병 진단을 받았다. 라임병은 진드기에서 옮는 보렐리아균 감염이 원인으로, 혈액을 타고 다른 부위에 퍼져 관절염·심장질환·신경계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포포프에게 LPGA 투어 출전권 유지는 버거운 일이었다. 포포프는 데뷔 2년차인 2016년에 LPGA 투어 출전권을 상실했다. 올 시즌에도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했지만 불합격해 2부 투어에서 활동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한 차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7일 개막한 마라톤 클래식에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결원이 발생하자 포포프에게도 출전 기회가 돌아갔다. 포포프는 이 대회를 공동 9위로 완주해 AIG 위민스오픈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그렇게 출전한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 ‘무명 반란’의 서사를 완성했다.

포포프는 대회를 마친 뒤 “1주일 전만 해도 꿈꾸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난 6년간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은퇴할 뻔했지만 이렇게 이겨내 기쁘다”고 말했다.

박인비(32)는 이날 5언더파 66타로 ‘데일리 베스트’를 쓰고 최종 합계 1언더파 283타로 완주했다. 전날까지 13위였던 순위는 단독 4위까지 치솟았다. 이번 대회에서 언더파 스코어를 작성한 선수는 박인비와 3위에 오른 호주교포 이민지(3언더파)를 포함해 4명뿐이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6개월 만에 LPGA 투어로 복귀했다. 오는 28일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에서 개막하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이다. 박인비는 ‘톱5’ 안에서 끝낸 성과에 만족감을 나타내며 “다음주 미국 대회부터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