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35·사진)이 중국 대표팀 코치로 제3의 인생을 출발한다. 선수 시절에 한국과 러시아 국적으로 각각 출전한 두 번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모두 3관왕을 달성했던 그는 이제 차기 개최국인 중국에서 선수들을 육성하고 지휘하게 된다.
국내 빙상계 관계자는 24일 “빅토르 안이 중국빙상경기연맹의 쇼트트랙 대표팀 지도자 제안을 수락해 최근 산둥성으로 이동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자가격리 의무를 이행하고 중국빙상연맹과 정식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빅토르 안은 지난 4월 현역 선수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 전향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행 가능성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중국은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쇼트트랙 대표팀의 기량 향상을 위해 한국 출신 지도자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지휘했던 김선택 감독은 지난해 중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이적했다. 코로나 대유행 이전까지 펼쳐진 2019-2020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에서 중국 대표팀을 지휘했다.
중국은 김 감독 외에도 훈련 코치를 포함한 한국 빙상계 지도자들을 불러들여 경험을 전수받고 있다. 한국은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가장 많은 24개의 금메달을 수확한 종목 최강국이다. 중국은 10개로 한국의 뒤를 잇고 있다. 다만 중국의 금메달 중 9개는 여자부에 편중돼 1개만을 수확한 남자부와 편차가 크다.
중국은 예정된 올림픽 개막일인 2022년 2월까지 1년 6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빅토르 안의 합류로 ‘빙상 굴기’를 가속하게 됐다.
빅토르 안은 올림픽 쇼트트랙 남녀부를 통틀어 최다 금메달 보유자다. 한국 국가대표 시절인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 귀화한 러시아에서 개최된 2014년 소치 대회에 각각 출전해 올림픽 금메달 3개씩을 손에 넣었다. 그야말로 ‘쇼트트랙 황제’라는 명성에 어울리는 이력을 썼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파벌 싸움,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단, 무릎 부상 여파로 암흑기를 보냈다. 옹호와 비판으로 엇갈린 국내 여론을 등지고 2011년 12월에 러시아로 귀화한 이유는 험난했던 국내 선수 생활로부터의 ‘탈출’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체육계에서 불거진 도핑 스캔들 여파로 모국에서 개최된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 전후로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진짜 사나이’ 같은 국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빙상 이외로 활동 영역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30대 중반으로 들어선 빅토르 안은 은퇴 선언을 몇 차례 번복한 끝에 지난 4월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빙상연맹 회장에게 서신을 보내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