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각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수치들의 연속이다. 올해 1분기 대비로 영국 -20.4%, 프랑스 -13.8%, 이탈리아 -12.4%, 캐나다 -12.0%, 독일 -10.1%, 미국 -9.5%, 일본 -7.8% 등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멕시코 -17.3%, 인도네시아 -6.9% 등 신흥국에서도 2차 대전 이후 사상 최악의 실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3.3%라는 그나마 나은 성적표를 받아든 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OECD 37개국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까지 했으니 경제정책 당국이 자랑할 만도 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엄밀히 말해 우리 경제가 이 같은 성과를 나타낸 것은 경제정책보다는 바이러스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해온 방역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성공적인 방역정책으로 전면적인 사회봉쇄를 실시할 필요가 없었기에 경제 활동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급격한 경제 위축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제정책 당국은 주요국에 비해 강도가 낮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금융정책을 운용할 수 있었으며 어느 정도의 정책 여력을 남겨놓는 것도 가능했다. 밤새워 열심히 공부한 친구 덕분에 오른 학급 성적에 함께 묻어가는 행운을 누린 것이다.
그런데 곧 경제정책 당국의 진짜 실력도 가늠해볼 기회가 올 것 같다. 방역 당국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가 빈틈을 헤집고 빠르게 퍼지면서 조금씩 활력을 찾아가던 경제 활동이 다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바이러스 확산 모양새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이 진원지이고 감염경로 추적이 어려운 지역사회 감염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1차 확산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설혹 이번 위기를 큰 충격 없이 넘긴다 하더라도 언제든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경제 심리를 계속 위축시킬 가능성도 상당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높아지면 주요국에서 경험했던 사회봉쇄에 버금가는 충격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우리가 경험하게 될 경제 위축 정도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 될 것이다.
당국의 숨겨진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두 가지 큰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먼저 2차, 3차 확산이 발생할 경우 효과적인 위기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제다. 주요국이 사회봉쇄와 맞물려 시행했던 과감한 거시경제정책이 우리는 어느 수준까지 가능할지, 만일 정책 여력이 한정돼 있다면 우선적으로 어디에 활용해야 할지,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집중될 취약계층 지원은 어떤 방식으로 해나갈지, 경기민감 업종이나 기업에 대한 지원은 지속해야 할지, 한다면 어떤 방식이 적절한지 등등 세부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사안들은 한둘이 아닐 것이다.
다행히 첫 번째 과제를 잘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더 어려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위기 대응 과정에서 풀린 막대한 유동성, 확대된 재정적자 등을 큰 후유증 없이 수습하면서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과제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 재정건전성은 어떤 방식으로 회복해 나갈 것인지, 풀린 유동성은 어떤 속도로 흡수할 것인지, 코로나로 인해 변화된 세계 공급망과 강화된 자국우선주의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우리 경제 구조는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 나갈 것인지 등등 어느 하나 만만치 않은 주제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어렵고 힘든 상황일수록 진짜 실력을 더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정책 당국에 기대를 걸어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