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빈곤으로부터 안전한 나라 위해

입력 2020-08-25 04:03

“이제는 돈이 없어서 밥을 굶거나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자녀를 교육시키지 못하는 일은 더 이상 없게 되었다.” 2000년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8·15 광복절 기념사에 담겨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취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와중에 빈곤 문제에 대처하는 시대정신을 담아 2000년 10월 1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됐고 이후 20년 동안 사회보장제도는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번 정부에서는 ‘국민 전 생애 기본생활 보장’이라는 비전하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치매 국가책임제,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내년 도입 예정인 한국형 실업부조 등 다양한 사회보장정책이 도입·강화됐다. 사회보장정책의 근간인 기초생활보장제도도 수급자 선정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을 지속해 왔다. 도입 당시 3조원가량이었던 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은 올해 16조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도입 당시 수급자의 직계혈족에서 2007년 수급자의 1촌 직계혈족으로 완화됐다. 2015년과 2018년에는 각각 교육급여와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됐다. 2017년부터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했다. 지난 10일 발표한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면 소득보장 부문 부양의무자 기준 제도 개선이 사실상 완성돼 도입 당시의 제도 취지를 달성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도 완화해 20만명에게 신규 지원하게 됐고, 생계급여와는 별도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의료서비스를 받느냐 못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것인지, 의료급여를 받을 것인가의 정책적 선택 문제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저소득층 의료 이용의 접근성과 보장성 강화에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올해 하반기 중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최종 대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제2차 종합계획에 담긴 또 하나의 획기적 변화는 급여 수준의 대폭 인상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된 내년도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2.68% 증가했지만, 1인 가구 기준으로는 4.02% 인상됐다. 2인 가구 인상률은 3.21%다. 전체 생계급여 수급가구의 92%가 1·2인 가구임을 감안하면 대부분 수급자는 급여 수준이 3.21~4.02% 오르는 셈이다.

그동안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더 나은 국민 기본생활 보장을 위해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최근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더욱 든든한 사회안전망이 되기 위해 제2차 종합계획과 함께 그 변화에 속도를 좀 더 낼 것이다. 국민 여러분의 폭넓은 이해와 더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