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코로나 진료만 적극 참여”… 파업은 계속

입력 2020-08-24 04:02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21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병원 본관에서 한 전공의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진료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다만 코로나19 대응 진료에만 참여하기로 한 것이어서 다른 부문에 대한 진료 거부는 계속 이뤄질 예정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접견실에서 대전협과 면담을 갖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우선 정부는 대전협을 포함한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논의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엄중한 코로나19 시국을 고려해 전공의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진료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김영수 총리실 공보실장은 “의료계가 전향적으로 정부와 대화하면서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부터 모든 연차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1일 인턴과 4년차 레지던트, 22일 3년차 레지던트에 이어 이날 1년차와 2년차 레지던트까지 파업에 참여했다.

현장 의료 혼란에 대한 우려로 정 총리는 이날 오후 8시30분부터 대전협과 2시간30분 동안 긴급 심야 면담을 가졌다. 정 총리는 “지금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환자들, 가족들이 절박하다”며 “도움을 드리기 위해 여러분들이 결단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정부도 상응하는 조치를 잘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오늘은 결론이 나는 날이 아니라 오늘로부터 시작되고 논의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대전협은 코로나19 검사나 확진자 치료 등 코로나19 관련 진료만 참여하기로 했다. 일반 진료는 계속 거부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일선 병원에선 전공의 파업으로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실제 이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내과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당분간 응급실로 오는 중환자는 받을 수 없다는 내부 공지를 내렸다. 내과는 종양내과, 소화기내과 등을 세부 전공으로 두고 있어 암 환자를 돌보는 등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전공의가 적지 않다.

대부분의 상급 종합병원은 전공의 파업에 따라 신규 환자 입원과 외래진료 예약을 줄이고, 급하지 않은 수술 일정을 조정하는 등 감축 진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임의, 봉직의 등도 이번 주 파업에 가세할 예정이어서 업무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예슬 정우진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