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정부가 곳곳에 영업중단 조치를 내리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단 하루의 유예기간도 없이 영업을 막은 정부 조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시내 호텔에서 근무하는 이모(27·여)씨는 23일 “상황이 아무리 엄중해도 적어도 3일의 유예기간은 줘야 할 거 아니냐”며 “여기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다 실업자가 돼도 상관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19일 0시부터 고위험시설 영업을 중단시켰다. 이 호텔 계약직 직원들은 서로 ‘다시 볼 수 있을까요’라며 인사를 나눴다.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 나 잘렸어’라고 울먹이는 직원도 있었다.
한 대기업 뷔페 사업부에 다니는 정모(26·여)씨는 “이미 전 직원이 자발적 무급휴가나 임금삭감 등 비용 줄이기를 진행했는데 이제는 죽으라는 얘기인가 싶다”고 토로했다.
근무자들은 갑작스러운 영업중지가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씨가 일하는 뷔페는 당장 다음 날 조식부터 낼 수 없게 됐다. 이씨는 “당장 내일 아침부터 뷔페를 못 한다고 전 고객에게 수백통 전화를 돌렸다”면서 “문만 닫으면 땡인 줄 아느냐”며 답답해했다.
고위험시설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씨는 “뷔페에서 확산세가 커진 사례가 아직까지 없는데도 단지 위험해 보인다는 생각에 영업중단 조치를 내린 것 같다”며 “오히려 스타벅스에서 확진자가 더 많이 나오는데 멀쩡히 영업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코로나19발 2차 노동위기는 지표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발간한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측정 및 평가’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대비 35%가 비필수·비재택근무자다. 강력한 봉쇄 조치가 시행되면 3명 중 1명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힘든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의 위협은 취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확대되는데 기존 근로자를 보호하는 형태가 강한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청년층이 대개 불안정한 일자리로 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감염 확산 통제는 불가피하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수도권에 이어 비수도권으로 확대했다. 지난 19일 노래방, PC방, 뷔페 등 수도권 내 고위험시설 12곳에 대한 영업중지 조치에 이어 비수도권 시설도 이날 0시부터 2주간 문을 닫게 됐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