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명품·화장품 대신 스니커즈… MZ세대, 백화점 바꾼다

입력 2020-08-24 00:15 수정 2020-08-24 00:15
롯데백화점이 본점 에비뉴엘 6층에 기존보다 7.5배 커진 공간에 ‘퓨처 스포츠’ 콘셉트로 재단장한 매장 ‘나이키 명동’. 롯데백화점 제공

백화점 1층은 해외명품과 화장품 매장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통칭)는 한국 경제활동 인구의 44.6%를 차지하고, X세대를 뛰어넘는 구매력을 향후 15년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MZ세대가 경제활동의 중심으로 떠오르자 보수적인 백화점들도 전통적인 틀을 탈피하며 MZ세대 잡기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점 1층의 화장품 매장을 3층으로 옮기고 1층은 MZ세대의 입맛에 맞는 스니커즈 편집숍과 ‘감성 편의점’ 등을 배치하며 재단장한다고 23일 밝혔다. 백화점 1층에 신개념 감성 편의점인 ‘고잉메리’의 플래그십 콘셉트 스토어를 도입하고,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인 ‘아웃오브스탁’과 협업해 국내 최초의 오프라인 ‘스니커즈 리셀 거래소’를 구현한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1030세대 고객 비중이 30% 이상을 차지해 서울시내 다른 점포들보다 MZ세대 고객 비중이 높은 편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리뉴얼의 핵심은 백화점의 얼굴인 1~2층에 MZ세대의 관심 콘텐츠를 적극 도입하는 것”이라며 “기존 백화점의 공식에서 탈피하기 위해 전통을 파괴하고 과감한 MD를 파격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28일 신촌점 유플렉스 지하 2층에 패션 편집숍인 ‘피어(PEER)’를 리뉴얼 오픈한다. 현대백화점은 MZ세대에게 ‘오직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매장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하에 백화점 한 층 전체를 ‘플래그십 스토어’ 형태의 편집숍으로 만들었다. 이번에 리뉴얼 오픈할 ‘피어’ 매장엔 박재범, 딘(DEAN) 등의 아티스트가 제작에 참여한 패션브랜드를 입점시키고 PALACE(팔라스), SUPREME(수프림) 등 글로벌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매장 구성비도 늘렸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애슬레저룩(애슬레틱+레저·가벼운 스포츠웨어)이 인기를 얻자 백화점 내 스포츠 매장이 대형화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7일 본점 에비뉴엘 6층에 340평 규모의 초대형 나이키 매장을 선보였다.

AK플라자는 평택점 스포츠 매장을 ‘스포츠 전문관’으로 바꾸고, 기존 5층에서 고객 접근성이 좋은 3층으로 이동해 브랜드 수와 매장 면적을 확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형태로는 떠오르는 소비층인 MZ세대의 마음을 잡기 어렵다”며 “전통적인 백화점의 공식에서 탈피해 차별화된 컬래버레이션이나 서비스 등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백화점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