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월 반전’ 맞아요? 패닉바잉 여전, 증여거래도 급증

입력 2020-08-24 00:11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증여거래가 배로 늘었고 30대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달에 이어 2만건을 넘었다. 정부 부동산 대책 막차 수요를 노린 ‘패닉바잉’과 다주택자들의 세금회피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이 8~9월에 효과를 발휘할 거라고 예측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부동산 대책 우회로를 찾아 헤매고 있다.

23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30대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만5084건으로 6·17 대책 발표 이전인 5월(1만2186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30대의 아파트 매매는 6월(2만3530건)부터 급격히 늘었다. 시장에서는 6·17 대책 이후 주택 마련이 힘들어질 것을 우려한 30대가 무리해서 집을 사들이는 이른바 패닉바잉 현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서울 자치구 중 이 기간 매매가 가장 많았던 강서구(2514건)와 노원구(1950건)는 중저가 단지가 많은 지역이다. 8월 들어 거래량이 급격히 줄면서 패닉바잉도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시장에 퍼져 있다는 사실은 여실히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시장의 이러한 심리가 규제가 덜한 지역이나 투자 가치 있는 시장으로 언제든 옮겨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요 세금 우회로로 알려진 증여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증여건수는 1만4153건으로 6월(6133건)에 비해 배에 달했다. 증여거래는 지난 1년간 5000~6000건 사이를 오갔지만 보유세와 양도세 강화를 골자로 한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증가세를 보였었다. 부동산 대책에 의한 과세보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6월 이후 8·4 공급대책에 이르기까지 여러 조치를 숨 가쁘게 내놨음을 고려하더라도 9월이면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본 것이다. 8월 들어 패닉바잉이 진정되기 시작한 데다 감정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0.02%로 안정세에 접어든 점도 이런 판단을 내리게 한 근거다. 증여를 막기 위해 증여 취득세 인상을 추진하는 등 나름의 안전장치도 갖춘 상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매매거래량이 줄면서 착시현상이 발생했을 뿐 시장을 낙관적으로 볼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12·16 대책 이후에도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거래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장기간 약보합 상태로 접어들었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