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며 2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정부 간 줄다리기 ‘2라운드’가 시작되는 모양새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와 비슷한 당정 간 의견 대립이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에 대한 당 정책위원회 차원의 검토를 공식 요청했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책위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 재정적 상황, 지급 대상 및 규모 등을 검토한 뒤 어떻게 할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일각에선 벌써부터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면 그 시기는 추석 연휴 이전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추석 전에 지급해서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지금으로선 ‘베스트플랜’”이라며 “재난지원금을 소비하려 해도 소비할 수 없는 상황이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현재는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로, 아직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재난지원금 논의 초기 단계로,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재정 당국인 기재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기재부가 난감해하는 이유는 실탄이 없기 때문이다. 1차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약 60조원의 1~3차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면서 국가채무 비율 43% 돌파는 2년이나 앞당겨졌다. 기재부는 다음 달 초까지 내년 지출 규모도 결정해야 한다. 경기 부진으로 수입은 감소하는데 내년 예산 규모를 올해 대비 8%대 중반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또 빚을 내야 한다.
앞서 당정은 지난 4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전에 지급 대상을 놓고 의견차를 보였다. 당시 기재부는 재정 여력을 고려해 소득 하위 50% 이하 가구에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의 압박에 100% 지급을 수용했다.
이번에도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비슷한 의견 대립이 벌어질 수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1차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 분석이 채 끝나기도 전에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차 재난지원금 관련) 의제를 선점할까봐 당 지도부가 조바심을 낸 것 같다”며 “솔직히 2차 재난지원금 지급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재정 정책을 너무 정무적으로 쓸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우려했다.
통합당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안 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재난지원금과 추경 등 예산 지원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급 범위는) 꼭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지급돼야 하기 때문에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나름의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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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 심희정 기자, 세종=전슬기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