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손발 묶인 수해복구 ‘3중고’

입력 2020-08-24 04:04
화개장터 침수피해 복구 현장. 하동군 제공

장마철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경남지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이에 따른 자원봉사 인력 감소, 제8호 태풍 바비(BAVI)의 바람 피해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하동군 화개장터 등 경남도의 수해 복구 현장에 코로나19 지역 확산 우려가 제기됐다. 울산 76번 확진자가 서울에 사는 친구와 하동 등을 여행한 것으로 23일 파악됐다. 서울 친구는 지난 22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수해복구 작업은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무원과 경찰, 민간 자원봉사인력 모두 현장에서 잠정 철수한 상태다. 하동군은 이번 집중호우로 화개장터 상점 97곳과 주택 96채 등 건물 356동과 농경지 74.4㏊, 공공시설 100여곳이 피해를 봤다. 일부 상점은 완전 복구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동군의 한 상인은 “자원봉사자들이 청소와 빨래, 설거지 등 크고 작은 일에 도움을 줘 큰 위안이 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아직 많다”고 걱정했다.

비 피해가 발생한 농가는 방제 일손 부족으로 병충해도 예상된다. 침수지역의 벼 품질과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도열병, 이화명나방, 벼멸구 등이 창궐할 것으로 도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농가 대부분 고령화 등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으로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김정규 경남농협 경제부본부장은 “폭우로 벼 줄기와 잎 상태가 병해충 감염에 매우 취약한 상태지만 농가의 일손은 없다시피 한 실정”이라며 “방제 장비와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낮 최고 기온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와 높은 습도 역시 피해 복구 속도를 더디게 하고 있다. 하동군에서 비닐하우스 청소를 도왔던 박지영(45)씨는 21일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습기로 인해 체감 기온이 섭씨 40도에 육박해 앉았다가 일어서면 어질할 때가 있다”며 “방역과 악취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고무장갑을 낀 채 일하고 있는데 흐르는 땀이 마스크와 장갑 안에 고일 정도”라고 전했다.

합천군에서 자원봉사하는 A씨는 “침수 피해지역에 와보니 비닐하우스와 집안 전체가 물에 잠겼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고 수확 시기를 놓친 과일은 바닥에서 썩어가고 있었다”며 “침수 피해를 본 농가가 아직도 많아 복구를 위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해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