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화재 잦은 울산 국가산단… 주민들 불안

입력 2020-08-24 04:04
14일 오전 10시 44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화산리 LG화학 공장서 화재로 인한 유독성 물질이 유출돼 출동한 소방당국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울산 국가산업단지에서 안전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화약고가 되지 않도록 안전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20일 오전 2시37분쯤 울산 울주군 한 석유화학업체 위험물저장소 옆 옥외 창고에 화재가 발생해 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화학물질 취급 업체인 탓에 울주군은 화재가 발생하자 외출시 주의하라는 내용의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했다. 지난 14일에는 LG화학 온산공장에서 화재에 따른 유독성 물질 유출로 근로자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유출된 가스가 피부와 눈에 자극을 주는 ‘2클로로N(시아노2티에닐메틸) 아세트아미드’로 추정했다. 다행히 두 사고 모두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위험물 누출, 화재 사고가 울산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가 집계한 국가산업단지 화학 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5월 28일까지 43건이 발생했다. 이 중 업체의 시설관리 미흡에 의한 사고가 19건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전국 국가산단 안전사고 134건 가운데 울산이 29건으로 가장 많다.

울산지역 위험물질 사용량은 전국의 29.1%(1억602만t)로 전남 34.5%에 이어 전국 두 번째다. 울산의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은 470곳, 위험물 취급사업장은 7500곳에 달한다. 1960~1970년에 조성된 온산·미포 국가산단은 석유화학업종 기업이 많다. 폭발성이 강한 유류와 화학물질, 가스 2억여t이 저장된 탱크 1700여개가 밀집해 있다.

그러나 국가산단 건축물 가운데 절반은 20년이 넘었고, 나머지는 건물 연령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는 상태다. 울산남부소방서 소방특별조사팀은 석유화학단지 내 대량 위험물 저장·취급 사업장에 대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상은 74개 사업장, 3171개 위험물 탱크다. 조사가 이뤄진 탱크를 보면 608개는 양호하고, 956개소는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가 오래돼 부식 등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업들이 설비 보수작업을 하고 있지만 ‘땜질’식에 그쳐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영세업체들은 수익 악화를 이유로 이마저도 외면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울산 석유화학단지 반경 6㎞ 내에 22만명 가량이 거주 중이고, 온산국가산단 반경 6㎞ 내에는 3만50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