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의 한국 줄 세우기 우려… 균형외교 더 굳건히 해야

입력 2020-08-24 04:03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22일 회담에서는 우려했던 대로 미·중 갈등 문제가 의제로 다뤄졌다. 청와대가 “양 정치국원은 미·중 관계 현황과 중국 측 입장을, 서 실장은 미·중 간 공영이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원론적 입장만 소개했지만, 이 문제가 공식 의제로 등장한 것 자체가 우리로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미·중은 최근 무역과 기술, 홍콩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였고, 각국에 줄 세우기를 강요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양 정치국원은 자국에 경도된 시각에서 미·중 갈등을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했을 개연성이 높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외교 원칙을 굳건히 지켜나가야 한다. 우린 군사·안보 혈맹인 미국은 물론 경제 교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국과도 좋은 관계가 필수적이다. 이런 입장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 미·중 어느 쪽도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은 막아야 할 것이다.

양측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키로 했다. 당초 청와대가 밝혀온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시 주석 방한은 2014년 7월이 마지막이다. 시 주석이 방한하면 한한령(한류 금지령)이 완전 해제되고, 남북 관계도 진전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어 왔다. 코로나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최대한 조기에 방한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첫 중국 고위급 인사가 방한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를 계기로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 특히 중국이 시 주석 방한과 별개로 한한령의 완전 해제를 선제적으로 취해줄 것을 요구한다. 또 코로나로 축소된 항공편 증편과 비자 발급 대상자 확대도 서둘러 양국이 포스트 코로나 경제 회복 모범국으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