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월 전월세 전환율 2.5%(기준금리+2.0%) 하향 조정을 앞두고 위반 계약에 대한 제재방안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전월세 전환율 위반 시 정부가 과태료 부과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정부는 분쟁조정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는 설명만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각종 부동산 제도를 급하게 손질하면서도 임차인·임대인 간 갈등에 대해선 중재자 역할조차 하지 않으려 해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10월부터 전월세 전환율은 2.5%로 낮아진다. 이 전월세 전환율은 임대차 계약기간 내 또는 계약갱신 시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법적으로는 전월세 전환율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계약이 이뤄질 경우 원칙적으로 무효가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전월세 전환율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전월세 계약 자체가 임차인·임대인 간 협의 및 상호 동의하에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월세 전환율보다 높은 수준이 적용되더라도 계약을 일방적으로 무효로 처리할 수는 없다. 이에 시장에서는 전월세 전환율이 지켜지기 위해선 위반 계약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식의 처벌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정부는 임차인·임대인 간 계약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제재방안을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임대차는 사인 간 계약관계이므로 과태료 등 행정 제재가 불가능하다. 과태료 등 강제규정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적 계약이란 점 때문에 전월세 전환율이 실효성을 갖추지 못했는데 정부가 정작 이를 제재할 수단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로 든 셈이다.
다만 정부는 전월세 전환율을 위반하는 계약은 원천 무효이기 때문에 갈등 소지가 적다고 설명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는 “법에 위반된 약정(約定)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으로도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치면 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분쟁조정위원회도 실효성 있는 대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정안이 나오더라도 당사자들이 수락하는 경우에만 조정이 최종적으로 성립된다. 하지만 조정안에는 강제력이 없어 일방이 거부하면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민사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수십만~수백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시간과 소송 비용을 쓰는 것은 세입자로서는 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시장 일부에서는 정부가 임차인·임대인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최근 정부는 전월세 계약갱신권 관련 임차인·임대인 갈등도 분쟁조정위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고만 설명해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제도만 고치고 정작 그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소극적이어서 계약 당사자들의 분쟁만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