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국무총리와 여야에 긴급간담회 개최를 제안했다. 지난 19일 정부와 의협의 대화가 아무 성과 없이 끝난 데 따른 두 번째 대화 제의다. 의협의 대화 제의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난번 같은 의협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라는 투의 일방통보식 제의라면 결과는 첫 번째 대화의 재판이 될 뿐이다. 의협은 정부가 추진 중인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허용 철회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의 관철을 위해 인턴과 3, 4년차 레지던트에 이어 어제 1, 2년차 레지던트까지 파업에 동참했다. 의료 공백이 현실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벌이는 의협의 파업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의사복을 입을 때 다짐한 ‘오로지 환자 돕는 일에만 힘쓰겠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에도 어긋난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구 1000명당 3.5명)을 한참 밑도는 2.4명으로 콜롬비아(2.2명) 다음으로 적다. 1위 오스트리아(5.2명)에 비해서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보다 많은 국민이 보다 편하고 손쉽게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려면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머지않은 미래에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출현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의사 증원 및 감염병 의료체계 강화는 선택이 아닌 당위다. 의협은 정부가 정책을 포기하면 당장 파업을 풀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의사의 경우 대체인력이 없다는 직업의 특수성을 앞세워 정부더러 백기 투항하라는 갑질이다. 의협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고 있으나 속내는 기득권 지키기에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의사 기득권이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일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 의협이 신속하게 머리를 맞대 최대 공약수를 도출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정부가 원칙에서 후퇴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사설] 국민 생명보다 조직 이익 앞세운 의협에 굴복해선 안 돼
입력 2020-08-24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