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선발 등판한 두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희비가 엇갈렸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32)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첫 승리를 챙긴 반면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33)은 잘 던지고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다.
김광현은 22일(현지시간)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상대 타선을 3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허용한 안타가 3개에 불과했다. 이날 호투로 김광현은 3.86이었던 평균자책점을 1.69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김광현은 앞서 지난 17일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했던 첫 선발 등판에서 3과 3분의 2 이닝 동안 솔로 홈런을 포함해 안타 3개에 볼넷 3개를 내준 바 있다. 당시 상대가 홈런으로 동점에 성공한 상태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경기에서 김광현이 당시보다 발전한 투구를 보여줬다며 호평했다.
이날 신시내티 타선은 김광현을 상대로 무력했다. 김광현은 1회와 2회 연달아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낸 데 이어 4회에도 세 타자를 그대로 돌려 세웠다. 연속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정감이 돋보인 투구였다. 특히 6회 선두타자 카일 파머에게 내야 안타를 맞은 뒤 후속 타자를 모두 뜬공 처리한 장면은 위기관리 능력이 잘 드러났다.
김광현은 경기 뒤 현지 언론에 “제대로 된 첫 승이다. 선발로 나가서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마운드에 올라가 이기기까지 해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IMF로 힘들었을 때 박찬호 선배나 박세리 선수가 국민들에게 힘을 줬던 걸 기억한다. 그런 걸 보고 자라온 사람으로서 나도 잘해서 한국에 있는 국민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격리 등이 반복되면서) 휴식과 훈련을 번갈아 되풀이하다보니 생각한 것보다 구속이 안 나온다. 앞으로 차차 좋아질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변화구에 구속 차이를 뒀다. 슬라이더도 느린 슬라이더와 빠른 슬라이더를 던졌다. 동료 포수 야디어 몰리나에게도 슬라이더를 느리게 던질 수 있을 거라고 말을 맞춰놓았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다음 선발 경기는 27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더블헤더(두 경기를 하루 안에 치르는 것) 중 첫 경기다. 김광현은 지난달 24일 마무리 데뷔를 피츠버그를 상대로 치렀으나 당시 세이브를 챙겼음에도 투구 내용이 1이닝 2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당시 아쉬웠던 경기 내용을 만회할 기회다.
이날 류현진 역시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 원정경기에서 선발 등판했으나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다. 류현진의 소속팀 토론토는 류현진이 마운드에 올라있던 5회까지 1점을 챙기는 데 그쳤다가 연장 승부에서 10회말 추가실점해 2대 1로 패했다.
류현진은 이날 등판에서 5이닝 동안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4회까지 안타 단 2개만을 허용하며 상대를 압도했으나 5회 안타 2개를 연달아 허용, 무사 1, 3루에 몰린 상황에서 상대 타자를 땅볼로 잡아내다 1점을 내줬다. 토론토 타선은 기회마다 번번히 류현진을 지원하지 못했다.
상대팀 템파베이 소속 최지만은 연장인 10회 말 1사 3루에서 대타로 출격해 볼넷으로 출루했다. 다음으로 타석에 들어선 동료 케빈 키어마이어가 끝내기 안타를 치면서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