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담배꽁초

입력 2020-08-24 04:07

그 남자는 가끔 골목 어귀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제집 앞 계단에 앉아 담배를 즐기는 그를 두고 지나는 사람마다 눈살을 찌푸린다. 옌볜에서 온 교포이며 공사장에서 일하는데 성질이 사납다고 했다. 그의 흡연을 아무도 제지하지 못한다. 누군가 꽁초를 한곳에 모아두기도 하지만 비가 내리면 빗물을 타고 비탈 아래로 퍼진다. 하수구에 걸리면 지나는 사람들이 쓰레기와 꽁초까지 보탠다. 구멍에 집어넣은 꽁초는 다른 사람도 치울 수 없다.

담배를 물고 스마트폰에만 열중하는 그인지라 여자들이 지나도 다리를 오므릴 줄 모른다. 행인이 오히려 조심해서 게걸음으로 걸어야 한다. 그의 흡연을 막을 궁리를 하다가 우선 쪽지를 붙이기로 했다. ‘골목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마세요.’ 한 사나흘은 그 쪽지가 붙어 있었다. 남자도 보이지 않았다. 쪽지를 본 모양이라고 좋아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쪽지도 없어지고 다시 꽁초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 사람 때문에 골목 안 이웃들이 이렇게 심적 고통을 느껴야 할까.

흡연에 대해 다시 생각할 때가 됐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몰랐을 때는 흡연권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공기도 지구 위에 남은 소중한 자원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깨끗하게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흡연은 권리가 아니다. 남에게 해를 끼치는 잘못된 행위이다. 그래서 여러 나라에서 금연운동을 펴고 있지 않은가.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는 금연도 당연한 일이다. 금연으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내 가족, 내 이웃을 생각해야 할 때다. 세계적으로 여성과 청소년 흡연인구가 늘었다고 한다. 먼저 어른들이 금연을 통해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자. 그래서 꽁초 없는 거리를 만들어가자. 서울이 국제도시가 된 지 오래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선진 시민의식을 보여주자. 버리지 않으면 된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오병훈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