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파업 의사들 ‘면허 불이익’ 시사

입력 2020-08-22 04:05
21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파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수련의)들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조치에 반대해 이날부터 무기한 업무 중단에 돌입했다. 권현구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의사단체를 향해 의사면허 취소라는 초강수를 거론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책 철회를 전제로 파업 중단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는 “철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수도권 유행이라는 엄중한 상황 속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 휴업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의료법 위반에 따른 의사면허 취소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복지부는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강행하는 총파업이 의료법과 감염병예방법, 응급의료법 등에 저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당한 사유 없는 휴진으로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정부가 진료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의사면허 정지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는 것이다.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결격사유에 해당돼 면허 취소도 가능하다.

의협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철회하면 오는 26~28일 예고한 2차 총파업을 유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정책 철회 가능성을 일축했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정부가 정책 추진을 유보하고 의료계도 집단행동을 유보한 상태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하자는 게 우리의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과 14일 두 차례 파업을 진행한 대전협은 이날 오전 7시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수업과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의대생과 파업에 나선 전공의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표했다.

주요 병원들은 의사들의 장기 파업에 대비해 예정했던 수술 일정을 미루고 인력을 재배치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긴급사태에 대비해 비상진료상황실을 가동 중이다. 김 차관은 “응급실이나 대형병원 등에서 응급·중증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경증환자는 이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의사들의 파업이 확대되면 수술 시행 건수가 줄어들고,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담당하는 선별진료소가 축소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부와 의사단체 간 대치는 코로나19 대응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진 뒤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