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사랑제일교회의 교인 명단 제출 거부 등 방역 방해 행위와 관련, 엄정한 법 집행을 주문하며 “공권력이 살아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꼭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루 확진자 수가 300명대로 올라서는 등 코로나19의 전국적 대유행이 우려되자 방역 방해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시 방역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부에서 역학조사와 방역 조치를 방해하는 일들이 아주 조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며 “이에 대해선 감염병관리법뿐 아니라 공무집행 방해라든지 다른 형사범죄도 적용하고, 필요한 경우 현행범 체포나 구속영장 청구 등으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을 신속히 차단해야 하는데 일부 교회 등의 방역 방해로 어려움이 가중되자 칼을 빼든 셈이다. 문 대통령은 “서울의 방역이 무너지면 전국의 방역이 무너진다”며 “서울 방역을 사수해 달라”고 했다. 또 “걱정이 매우 크다”고 한 뒤 10초간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정부도 강경 대응 기조를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추 장관은 “방역 활동을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임의 수사와 강제수사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엄정 조치하겠다”며 “특히 악의적인 방역 활동 저해 행위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 장관도 “일체의 불법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를 신속히 차단해 뿌리 뽑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의 중심에 선 사랑제일교회는 비상식적 행동을 거듭하며 저항하고 있어 강경 대응을 천명한 정부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랑제일교회는 방역 당국의 교인 명단 제출 요구를 거부했고, 정부가 확진자 숫자를 조작했다거나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음모론도 제기하고 있다.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주도했고 본인도 확진된 전광훈 목사는 격리 상태에서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권에 저항하는 국민들이 병원에 수용됐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를 비롯한 사랑제일교회 측에 대한 강제수사도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이날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사랑제일교회와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신천지 압수수색 필요성 여론이 높던 때에 “종교집단을 자극하면 안 된다”며 신중론을 폈던 검찰도 이번에는 태도가 다르다. 검찰 관계자는 “방역 당국이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면 검찰도 굳이 달리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현우 최지웅 구승은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