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체로 하늘이 맑았고요
바람도 이따금 알맞게 살랑여 주어서
나비들도 잘 날았어요
참새들이 제법 높이 날고
나무들은 산에서 고요하게 서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고추밭에서 조용하였고요
어머니는 꽃밭을 기웃거리며
수레국화 꽃씨를 받아 털었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잘 지냈어요
어머니가 마루에 앉아
앞산 머리 저녁별을 바라보며
살다가 보니 이렇게 너랑 나랑
별을 보는 한가한 날도 다 있다네요
그러면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어요
그러고는요
내 딸, 했어요
김용택 동시집 ‘은하수를 건넜다’ 중
잘 지낸 오늘 엄마와 딸은 마루에서 저녁별을 바라보고 서로를 바라본다. 자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부모의 얼굴은 환할 수밖에 없으리라. ‘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어린이가 사라진 지 오래된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쓴 시들을 묶었다. 시인은 머리말에서 “2020년은 우리들에게 지구와 자연, 그리고 생산과 소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특별한 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