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의 기폭제가 되고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이 가속화되고 있다. 150여개의 일상 생활시설을 덮쳤고 70여건에 달하는 ‘n차 감염’이 확인됐다. 상당수 교인이 참석한 광복절 집회에서도 교회와 상관없는 확진자가 20명 가까이 나오는 등 전국 9개 시·도에서 추가 전파를 야기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비(非)수도권에서도 코로나19 유행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상황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88명을 기록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로 올라선 지난 14일 이후 1주일째 세 자릿수를 이어갔다.
사랑제일교회 집단감염은 이날 낮 12시까지 676명의 누적 확진자가 나왔고 이들이 다니는 직장이나 거주지 등 150개 시설에 대한 접촉자 조사가 진행 중이다. 종교시설과 요양시설, 의료기관, 콜센터 등 13개 시설에선 이미 2차 이상 전파자가 67명 확인됐다.
사랑제일교회 관련자들의 경우 19%가 넘는 높은 양성률을 보이고 있지만 교인들의 협조가 미비해 빠른 격리 조치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사랑제일교회는 무조건 양성 확진한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검사를 거부하거나 아예 연락이 되지 않는 이도 700여명에 이른다. 방역 당국은 이날 오후 역학조사팀을 교회에 파견해 현지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교인 상당수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광복절 집회에선 교회와 관련 없는 사람도 18명이 확인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들은 9개 시·도에 분포돼 있고 60대 이상이 70%를 넘는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불특정 다수가 참여한 집회를 통해 추가 전파가 확인됨에 따라 지역사회에 가져올 여파가 어느 수준일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가 특히 고령자 비율을 걱정하는 이유는 위중·중증으로 이어져 사망자가 급증하고 병상 대란으로 인한 의료 시스템 붕괴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나이가 많을수록 사망 확률이 급등하는데 이날 0시 기준 307명의 사망자 중 50대 이하 치명률은 1%가 채 안 되지만 60~69세는 1.81%, 70~79세는 8.21%, 80세 이상은 23.72%나 됐다. 정부는 충청권에도 병상을 확보해 수도권 환자를 이송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상향에 대해 정부는 “향후 감염 확산 추이 등을 주시하며 격상 기준에 따라 필요 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단계가 되면 10인 이상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집합, 모임, 행사가 금지되고 등교 수업이 전면 중단되는 등 사실상 일상이 마비된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전국 유행의 문턱에 서 있고 비수도권도 유행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환자 추적이 부진하면 우리나라도 언제든 미국, 유럽이 경험한 가장 심각한 상황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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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