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과 금융투자상품으로 부동산금융에 쏠린 돈이 현 정부 들어 30% 가까이 늘며 2100조원을 돌파했다. 경제 규모 대비 비중은 2018년 말 100%를 넘어선 뒤 올해 3월 말 110%에 육박했다. 유동성 증가는 불안감 때문에 더욱 집을 사는 ‘패닉 바잉’ 현상도 부추기고 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20일 제공한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손실 위험 노출액)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42조9000억원 늘어난 210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전인 2016년 말(1632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29.0%(473조원) 증가했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금융기관이나 보증기관이 가계나 기업에 내준 부동산 대출과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에 들어가 손실 가능성에 노출된 돈이다. 익스포저 규모가 커지면 금융 안정성을 해치고 실물 경제를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
말일 기준으로 2010년 66.5%였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비율은 2018년(101.0%) 100%를 넘긴 데 이어 지난해 107.5%, 올해 3월 109.7%로 계속 상승 중이다.
장 의원은 “2010년 879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라며 “수년간 부동산 시장이 과열양상을 띠면서 시장에 자금이 몰려들고, 그 자금이 다시 가격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두드러지는 대목은 기업여신과 금융투자상품 증가세다. 전체 부동산금융에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을 비롯한 기업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9.6%에서 올해 3월 11.6%로 커졌다. 부동산펀드와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 금융투자상품은 35.4%에서 36.3%로 늘었다. 반면 부동산담보대출과 중도금·전세자금대출 등 가계여신은 54.9%에서 52.0%로 줄었다.
장혜영 의원은 “최근 5년간 일어난 금융사고 중 100억원 이상 대형 금융사고는 주로 부동산펀드와 PF대출 등에서 발생했다”며 “부동산금융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거나 금리가 급상승하는 등 리스크 발생 시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이 14만1419건으로 6월(13만8578건)보다 2.1% 증가해 통계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6만7349건)보다는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들어 10만~11만건 수준을 유지했던 매매거래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4~5월(7만~8만건) 잠시 주춤했다가 6월부터 매매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5~7월 비규제지역 풍선효과와 30, 40대 패닉 바잉 열풍의 잔열이 지난달 거래량에도 반영됐다”며 “다만 6·17 및 7·10 대책의 효과가 8월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맞물려 다음 달 통계부터 거래량 감소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세종=전성필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