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잠정 합의안 파기”… 도서정가제 진통

입력 2020-08-21 04:06
도서정가제 개정 시한을 3개월 앞두고 있지만 개정 방향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출판계는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하고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공대위는 20일 대한출판문화협회 대강당에서 ‘문체부가 뒤흔든 도서정가제, 어디로 가는가’라는 타이틀로 긴급 현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민관협의체의 잠정 합의안을 정부가 흔들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7월 구성된 민관협의체는 그간 16차례 만나 구간(舊刊) 도서의 재정가 시한을 단축하고, 공공기관 구매 도서의 경우 10% 할인만 적용하는 것 등 4가지 안에 대해 의견접근을 이뤘다. 하지만 이달 초 출판계에서 정부가 잠정 합의안을 파기했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출판계의 반발이 확산됐다.

참석자들은 그간 도서정가제의 효용을 내세워 제도 유지를 역설했다. 김환철 한국웹소설협회 회장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하는데 그런 주장과 달리 작가나 출판사 서점들이 제도를 지지하는 이유는 업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작가, 출판사 등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조진석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2014년 도서정가제 도입 전까지 동네 서점들은 정글 상태에 있었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강조했다.

반면 개정 시한이 다가오면서 도서정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도서정가제 폐지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작성한 ‘완전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준비모임’(완반모)의 배재광 대표는 “대형 출판사와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들에게 유리한 기득권 체제를 공고히 하는 제도”라는 입장이다. 제도 도입 취지로 내세웠던 문화다양성 보호와 출판 활성화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잠정 합의안을 파기한 것은 아니고, 폭넓은 논의를 위해 출판계와도 조만간 협의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그동안 수렴된 의견을 교통정리하는 단계”라며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출판계와도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