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차 쇼크에 새파랗게 질린 증시

입력 2020-08-21 04:04
하나은행 직원이 20일 주식시장이 마감된 뒤 서울 중구 본점 딜링룸 시황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코로나19 재확산 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2270선까지 추락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3.37% 급락한 791.14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7원 오른 달러당 1186.9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시스

코로나19 2차 쇼크가 수도권을 강타하면서 20일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재차 동반 급락세를 연출했다. 전날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유동성 조절’이 언급되면서 세계 각국 주식시장이 주춤했지만, 한국 증시 하락률은 유독 거세게 나타났다. 서울을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전국 대유행’ 우려가 높아진 데다 미국 달러가 강세로 전환하면서 외국인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탓이다. 시장 일각에선 빠르게 ‘V자’ 회복세를 기록한 증시가 ‘W자형’의 더블딥(이중침체)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공포 심리도 퍼져가는 양상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6.32포인트(3.66%) 급락한 2274.22에 마감하며 2300선 아래로 내려왔다. 코로나 재확산 우려가 불거진 지난 18일(-2.46%)보다 낙폭을 더 키웠다. 확진자 수가 3일 연속 200명대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무너졌다. 시총 1위 삼성전자(-4.15%)를 비롯해 SK하이닉스(-4.27%) 현대차(-5.78%) 삼성SDI(-4.60%) 등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무려 1조741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기관(8170억원)과 외국인(2837억원)의 ‘쌍끌이 매도’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3.37% 내린 791.14에 마감하며 끝내 800선을 내줬다. 역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888억원과 175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금융시장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5.7원 오른 달러당 1186.9원까지 상승했다.

증시 하락을 연출한 1차 요인은 지난 19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7월 FOMC 의사록 때문이었다.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은 “코로나 위기 지속이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을 줬으며 앞으로도 상당한 위험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추가 부양 조치에 대해선 ‘과도한 유동성 확대’를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전날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0.44% 떨어졌고 중국 상하이종합(-1.30%), 일본 닛케이225(-1.00%)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유동성으로 상승세를 지속했던 주식시장이 미 연준 발표를 계기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국 증시에 비해 국내 증시 하락폭은 두드러질 정도로 컸다.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건 ‘코로나19 재확산’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FOMC 회의록보다 코로나 2차 확산이 국내 증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 사태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주가지수는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이 하락의 근본 원인으로 보인다”며 “실적 회복의 근거로 작용하던 ‘코로나 통제’ 움직임이 흔들리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도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조정 기간은 코로나 재확산 추세에 좌우될 전망이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재확산 우려에 고평가 부담이 더해지며 코스피가 기간 조정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다만 하락세로 전환되기보다 일시 조정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