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엎친데 코로나 덮쳤다, SK하이닉스 시총 3위 추락

입력 2020-08-21 00:05
사진=연합뉴스

국내 대표 반도체기업 SK하이닉스가 3년여 만에 코스피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빼앗겼다. 미국의 화웨이 추가 제재, D램 가격 하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바이오·언택트 산업의 약진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4.27% 급락한 7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시총 52조2706억원을 기록하며 3위로 밀려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시총 52조5350억원)가 대신 2위에 올라섰다. SK하이닉스는 7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했는데, 미 정부의 화웨이 제재안이 발표된 17일 이후에만 10.7% 떨어졌다. SK하이닉스가 2위로 밀려난 건 2017년 3월 이후 처음이다.


SK하이닉스가 고전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최근 미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제한 선언이다. 미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화웨이가 미국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해 만든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반도체는 전무하기 때문에, 사실상 화웨이와 거래하는 모든 반도체기업으로 제재가 확대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분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매출액 중 25% 가량이 중국에서 나왔고, 이 중 화웨이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 낸드플레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약세인 것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D램의 고정거래가격(DDR4 8Gb 기준)은 전월 대비 5.44% 하락한 3.13달러를 기록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서버 업체들의 D램 재고가 꾸준하게 상승하면서 3분기 D램 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10%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전시되어 있는 D램, 낸드 플래시, 모바일AP, LED 조명. 뉴시스

서버업체들은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공장이 폐쇄될 것을 우려해 미리 메모리 반도체 물량을 많이 사간 뒤, 최근 가격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을 언급하며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약세는 기정사실이었지만, 가격 하락의 깊이와 폭이 시장 예상보다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서버 D램 서버를 이끌 인텔의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가 내년 상반기로 미뤄질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는 수요 공백이 예상된다”고도 했다.

이번에 시총 2위가 바뀐 건 코로나19 사태 이후 산업 개편의 신호탄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스피 시총 상위 10종목을 보면 네이버, LG화학, 셀트리온, 카카오, 삼성SDI 등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관련 기업이 대거 포진해있다. 특히 4위인 네이버는 시총 50조1825억원으로 SK하이닉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