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나 자영업자가 벌어들인 돈은 전보다 감소했는데 소득 총량은 늘었다.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 간 격차도 상쇄됐다. 바로 14조원 긴급재난지원금의 마술이다. 2분기에 전 가구가 근로·사업·재산소득이 동시에 감소하는 극한의 상황을 정부 지원금으로 버틴 셈이다. 안도도 잠시다. 재난지원금이 소진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고 있는 3분기 이후에는 소득 추락 및 양극화 심화가 우려된다.
통계청은 20일 ‘2020년 2분기 가계동향 조사’에서 4~6월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총소득은 527만2000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대비 24만원, 4.8% 증가했다. 하지만 항목을 뜯어보면 특이한 점을 볼 수 있다. 가계소득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근로·사업·재산소득이 코로나19에 따른 불황 여파로 모두 줄었다. 전년 대비 근로소득은 -5.3%, 사업소득 -4.6%, 재산소득 -11.7%였다. 세 항목의 동반 감소는 2003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그럼 어떻게 총소득은 늘었을까. 바로 정부 도움 때문이다. 5월부터 재난지원금이 풀리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공적이전소득’이 전년 대비 127.9%나 훌쩍 뛰었다. 가구당 평균 77만7000원이 지급되면서 소득 감소를 보완했다.
국민 소득을 5구간으로 나눠봐도 1~5분위 모든 계층의 총소득이 늘었다. 총소득에서 이전 소득 비중이 56.0%에 달하는 저소득층인 1분위(소득 하위 20%)는 전체 증가율이 8.9%로 가장 컸다.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소득 상위 20%)는 가구원 수가 많아 재난지원금을 많이 받았다.
다만 전체 소득에서 이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9.8%에 불과해 전체 증가율이 2.6%로 가장 적었다.
재난지원금은 계층 간 소득 격차도 메꿨다. 소득 상·하위 20%의 격차인 5분위 배율은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했을 때 8.42배로 지난해 같은 기간(7.04배)보다 크게 벌어졌다. 하지만 공적이전소득을 포함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23배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3분기 이후 사정은 다시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 소득이 증가하지 못하고 있는데, 재난지원금은 바닥 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이날 공표하지 않은 1인 가구의 2분기 월평균 소득은 오히려 전년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인 가구에는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 많이 분포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분기 분배 지표가 개선됐지만 3분기 소득분배 여건은 여전히 엄중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가계동향 조사에서는 부동산 과열 흐름도 나타났다. 근로소득 등이 감소해 관련 세금인 전 가구 월평균 경상조세 지출이 5.5% 줄었는데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이 포함된 월평균 비경상조세 지출은 153.2%나 늘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