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랑제일교회가 정부의 집합제한 조치를 어기고 예배를 강행하면서 신도들 역시 지속적으로 교회를 드나들었던 것으로 공공데이터 분석 결과 드러났다. 방역지침에 따라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면서 인근 생활 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던 다른 대형교회의 경우와 대비된다.
생활 인구 데이터는 통신 신호를 바탕으로 특정 지역에 1시간 단위로 인구가 어느 정도 모여 있는지를 집계하는 자료다. 방역 당국도 이 데이터를 이용해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정례 브리핑에서 소개한 바 있다.
국민일보는 20일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토대로 사랑제일교회 인근 생활 인구를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사랑제일교회 인근 생활 인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월 중순부터 지난 9일까지 시간당 2000명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정부의 집합금지 명령에도 변함없이 신도들이 주일예배를 다녀갔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사랑제일교회 생활 인구를 조사하기 위해 선정된 집계구는 교회로부터 300여m 떨어진 돌곶이역에서 교회로 향하는 돌곶이로와 돌곶이로 27길 일대의 3개 구역이다. 이 주변에는 현재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중심 상권과도 멀어 일요일에는 사랑제일교회 외에 생활 인구를 움직일 만한 변수가 거의 없다.
사랑제일교회 인근 생활 인구는 지난 2월 16일 시간당 1892명을 나타냈다. 그러다 신천지발 첫 감염자가 확인된 이후인 3월 1일에는 2117명으로 되레 225명(11%) 늘었다. 이날은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사랑제일교회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한 날이었다.
서울시는 3월 21일 종교시설·실내체육시설·유흥시설 등 위험시설에 대한 운영을 15일간 중단해 달라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대부분 교회에서는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는 등 대책을 강구했다. 하지만 다음 날인 22일 사랑제일교회는 예배를 진행했다. 당시 서울시는 사랑제일교회 현장점검 결과 이용자 간 일정 간격을 유지하라는 지침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행정명령을 검토하겠다는 서울시의 엄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3월 29일(2037명)과 4월 5일(2138명)에도 생활 인구 규모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는 전 목사를 집합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부활절 기간인 4월 12일에는 2192명으로 생활 인구 수가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2100명대를 오르내리다가 지난 9일 2083명을 기록했다. 사실상 코로나19 사태 초기 숫자가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심각한 것은 생활 인구 연령대별 분포에 있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인구가 생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생활 인구가 가장 많았던 4월 12일(2192명) 데이터에서 65세 이상 인구는 23%인 513명(남 180명, 여 333명)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0시 기준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중 39.3%는 60대 이상이었다.
장석진 경기대 KT빅데이터센터장은 “공공데이터는 구획 설정에 오류가 없는 한 최소 30분 단위 간격으로 걸어다니는 인구 이동량까지 잡아내는 매우 정확한 통신데이터”라며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예배를 강행한 사랑제일교회 인근에 실제로도 예배 신도 수가 계속 유지됐다는 게 확인된 유의미한 분석”이라고 평가했다.
보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같은 서울 소재 대형교회인 삼일교회와 소망교회의 생활 인구도 집계해봤다. 삼일교회가 속한 집계구는 주변에 인구이동이 많은 대형 상권이나 지하철역이 없었다. 사랑제일교회와 유사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직접 비교하기 용이한 편이다.
삼일교회와 소망교회 인근 생활 인구는 모두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급격히 줄었다가 점차 회복되는 공통된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방역 당국이 내린 명령·권고를 수용해 왔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삼일교회 인근 생활 인구는 2월 16일 1110명을 기록했다가 온라인 예배가 시작된 직후인 3월 1일에는 787명으로 323명(29%)이 감소했다. 이후 5월 이후 부분 개방이 이뤄지면서 5월 24일 927명, 7월 12일 939명, 8월 9일 1002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소망교회도 3월 1일을 기점으로 생활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 서서히 올라가는 모습을 나타냈다. 2월 16일 2032명으로 시작한 생활 인구는 3월 1일 796명(39%)이 준 1236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1300명대를 유지하다 5월에 1600명 선으로 올라갔고 지난 9일에는 1508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수준에는 못 미친다.
정부는 지난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소재 모든 교회에 비대면 예배만 허용키로 결정한 바 있다. 김탁 순천향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으면 다음 주 중 일일 신규 확진자 1000명까지 내다볼 수도 있다”며 “교회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방역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정기까지 최대 두세 달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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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