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한 대로 응답받는다’ ‘금식하면 문제가 풀린다’ 이런 표현은 참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원하는 대로 응답하지만은 않아요. 기도에는 응답보다 하나님 향한 믿음이 더 중요합니다.”
최근 ‘성경이 가르쳐 준 기도’(두란노)를 쓴 박광석 일산·운정 벧엘교회 목사의 말이다. 강해설교가인 박 목사의 설교 36편을 엮은 책은 신·구약 성경 인물 33명의 기도를 담았다. 인물별로 각기 다른 유형의 기도법이 소개되긴 하지만, ‘응답받는 기도 공식’을 전수하는 책은 아니다. 대신 “하나님 뜻이 항상 선하다는 걸 신뢰하며 기도하되, 응답은 온전히 그분께 맡기자”고 강조한다. 박 목사를 지난 14일 경기도 고양 일산동구 벧엘교회 목양실에서 만났다.
박 목사는 그리스도인에게 기도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 그는 “항상 ‘어떻게 하면 성도들이 삶의 문제를 내놓고 말씀으로 기도하도록 자극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며 “기도로 하나님을 더 가까이 알 수 있고, 현실의 고난을 극복할 힘을 얻을뿐더러 내 뜻을 꺾고 주님께 복종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기도할 때 기도 응답에만 목적을 둬선 곤란하다”고 했다. 응답을 기대하지 않는 기도는 존재할 수 없으나, 무조건 자기 기대가 충족돼야 한다는 전제를 두는 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님은 우리 기대대로 응답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응답하는 분”이라며 “‘하나님이 기뻐하는 뜻 가운데 내 기도가 응답한다’는 믿음으로 기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제 기도 생활을 돌아봐도 그대로 응답받은 기도는 10%가 안 된다. 하지만 하나님은 더 좋은 방식으로 100% 기도에 응답하셨다”며 “기도한 그대로의 응답을 원하면 하나님을 오해하고 기도 동력도 잃기 쉽다. 기도할 때 하나님 뜻과 이끄심을 믿고 마음을 여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응답에 궁극적 목적을 두지 않고, 하나님의 섭리를 기대하는 기도의 본보기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가 한 기도다. 십자가 고난을 앞둔 예수는 핏방울 같은 땀을 흘리며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그는 “십자가 고난의 예수와 사자 굴 속 다니엘은 자기 구원을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 하나님 섭리를 믿었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신뢰 가운데 드리는 기도는 그리스도인이 하나님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그는 ‘간절한 자세로 기도할 것’을 강조한다.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수로보니게 여인과 혈루증 앓는 여인, 억울한 과부와 삭개오의 기도가 대표적이다. 모두 절박한 마음으로 매달리며 꾸준히 기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목사는 이들이 한 기도를 ‘아이테오 기도’라 불렀다. 아이테오는 헬라어로 ‘구하다’란 의미다. 요한복음에서 예수가 열두 제자에게 기도를 가르치며 이 단어를 썼다. 그는 “아이테오는 떼쓰는 어린아이가 엄마 옷자락을 붙잡고 매달리는 것과 같다”며 “우리 역시 하나님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응답받을 때까지 상한 마음을 올리며 기도해야 한다”고 했다.
기도로 받은 은혜에 힘입어 믿음을 실행하는 것도 긴요하다. 그는 “기도는 던지는 것으로 끝나는 행위가 아니다. 믿음의 시발점”이라며 “기도를 했다면 하나님 뜻 가운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기도를 이뤄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 세계가 죽음의 공포로 신음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시대엔 어떤 기도가 필요할까. 박 목사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믿는 사람으로 모범을 보이며 건강하게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며 “‘뭘 하더라도 하나님이 지켜준다’는 건 믿음이 아니다. 이 위기 상황을 잘 건널 수 있도록, 서로의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고양=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