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 도중 탈출한 확진자가 도주 과정에서 절도 등 추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에서 방역 당국의 지침을 어기고 도주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경찰은 무관용 원칙을 세웠다.
지난 9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를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은 황모(55)씨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병원에서 탈출한 뒤) 돈이 없어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한 교회 경비초소에서 파란색 점퍼와 성경책 속에 있던 돈 8만5000원을 훔쳤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난 18일 0시18분쯤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을 탈출해 버스를 타고 서울로 이동했다.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종로5가 인근에서 보냈다. 그는 “카페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 친구 2명에게 전화를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인근 원불교 교당 건물 2층에서 11시간 넘게 숨은 뒤 택시를 타고 광화문 주한 미국대사관 근처까지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대사관에 신변보호 요청을 하려고 했으나 주변에 경찰관이 많아 포기했다”며 “경복궁 근처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창천동 한 대형병원 근처에서 내렸다. 길 건너 교회 경비초소에서 점퍼와 성경책 안에 든 돈을 가지고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19일 오전 1시쯤 황씨를 붙잡아 파주병원으로 다시 이송했다.
비슷한 사례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인천에서는 사랑제일교회에 다녀온 자가격리 대상자 50대 남성이 화물차를 타고 울산까지 도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9시간 뒤 울산 북구에서 붙잡혔다. 그는 경북 경주에서는 톨게이트에 설치된 수배차량검색시스템(WASS)의 신호음이 발생한 상황에도 차를 멈추지 않고 달아났다. 인천시는 “이 남성은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지만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한 혐의가 있어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김 청장은 “검사에 불응하거나 격리조치를 위반하는 행위는 국민과 정부의 감염병 확산 방지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중대한 불법행위”라며 “법과 절차에 따라 단호하게 사법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19일 기준으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1509명을 입건해 이 가운데 873명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나머지 606명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5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이 주최한 광화문 집회에 투입됐던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대 소속 경찰관 4명이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방역 당국과 함께 해당 부대 등을 방역 조치했다.
황윤태 기자, 인천=정창교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