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대 정치행사인 8차 노동당 대회를 내년 1월 소집키로 했다. 2016년 7차 당 대회에서 내세웠던 경제정책 전반이 실패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2018년부터 1년 남짓 이어졌던 남북, 북·미 대화 국면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새 대외정책 노선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19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어 8차 당 대회를 내년 1월에 소집하는 안건을 제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7차 당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사업에서 나타난 편향과 결함들을 전면적으로, 입체적으로, 해부학적으로 분석·총화하고 당과 정부 앞에 나선 새로운 투쟁 단계의 전략적 과업을 토의·결정할 것”이라며 “당 중앙위원회 사업을 총화하고 다음 해 사업 방향을 포함하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016년 5월 7차 당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이날 전원회의에서 ‘편향과 결함’을 언급한 것은 4년 전 제안했던 5개년 계획이 실패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자신이 직접 입안한 국가 전략의 실패를 자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조금도 완화되지 않은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5개년 계획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난 장기화로 동요하는 민심을 다독이려는 측면도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올해 여러 측면에서 예상치 못했던 불가피한 조건에 직면한 주·객관적 환경과 조선반도 주변 지역 정세에 대해 분석했다”며 “지난 4년간 우리 당과 국가사업에서 이룩된 성과와 결함들에 대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노동당은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드는 데 맞게 경제 사업을 개선하지 못했다”며 “국가경제의 장성 목표들이 심히 미진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고 명시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남, 대미 메시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노동당 대회에는 선차 당 대회 이후의 사업 전반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능이 있어 8차 대회에서 새로운 대남, 대미 전략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사태의 경위를 비판적으로 반성하고 현 교착 국면을 돌파할 방안이 언급될 수도 있다.
북한이 당 대회를 한겨울인 1월에 소집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일곱 차례의 당 대회는 대부분 날씨가 좋은 봄이나 가을에 개최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올해 미국 대선과 내년 새 행정부 출범 등 미국 국내 정치 일정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임할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들어설지를 지켜보며 대미 메시지를 조율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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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