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진자의 후유증 경고… ‘코로나 깔보기’부터 고치자

입력 2020-08-21 04:01
최근 코로나19의 전국 확산은 일단 정부의 잘못이 크다. 외국에서 연일 수만 명이 감염되는 등 재확산이 현실화하고, 국내 방역 당국이 경고음을 높이는데도 경제활동 정상화를 서둘렀다. 너무 조급했다. 시민들의 안일한 태도도 큰 몫을 했다. 시민들도 질병관리본부의 거듭된 경고를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쓰다가도 정작 밀폐되고 사람이 밀집한 공간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마스크를 벗고 거리두기도 하지 않는 모순된 행태를 반복했다. ‘코로나 깔보기’는 전 연령층에 만연해 있다. 그렇지만 건강에 자신이 있는 젊은층이 더 심하다. 젊은이들의 ‘호기’엔 운 나쁘게 걸려도 독감과 같이 한번 잠깐 앓으면 그만이라는 오판이 깔려 있다.

이런 현실에서 ‘부산 47번 확진자’로 불리는 박현 부산대 기계공학과 겸임교수가 SNS에 올린 글의 울림이 작지 않다. 박 교수는 지난 2월 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부터 후유증을 겪는 지금까지 자신의 경험을 꼼꼼히 올리고 있다. 그는 “‘심한 감기처럼 한번 걸리고 말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하는 분이 있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알려주고 싶다. 코로나19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이 너무 달라졌다”고 했다. 특히 ‘완치’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남은 코로나19 후유증을 설명하는 부분은 섬뜩하다. 6개월째 5가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것은 머리에 안개가 낀 듯 멍하면서 기억과 집중하기가 힘든 브레인 포그(Brain Fog), 만성 피로, 가슴 통증, 배 통증, 그리고 검붉은색이나 보라색으로 변하는 피부 문제 등이다. 한마디로 완치됐다고 끝나는 병이 아니라는 게 박 교수의 결론이다. 경험에서 우러나는 박 교수의 다음 제언은 정부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완치자라는 말은 한국만 쓴다며 외국처럼 생존자·회복자라고 부르자는 것이다.

정치권도 2차 유행이 누구 책임인지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 광복절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측의 잘못이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권이 이를 야당 책임론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치다. 정부는 이달 초 일부 병원에 코로나 전용 병상을 대폭 감축하도록 했고, 소비를 북돋는다며 연휴를 만들고 외식·공연 쿠폰을 뿌렸다. 방역을 느슨히 해도 된다는 신호를 줬다는 점에서 정부 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 코앞에 닥친 2차 대유행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민이든 정부든 코로나를 깔보는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